서예 활동을 시작한 지 16년이 지나 한창 서예가로서의 명망을 쌓아가던 때였다. 요양 치료를 받은 지 다섯 달 만에 차츰 건강이 돌아왔지만 오른손 마비는 끝내 풀리지 않았다.
검여 선생은 '좌수서(左手書)', 왼손으로 글 쓰는 일에 매진했다. 본래 오른손잡이인 그가 왼손 글쓰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남들의 도움이 없으면 대소변도 가리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였다.
그렇게 발병 후 열 달만인 1969년 6월 한국서예가협회전에 첫 좌수서를, 가을에는 고향인 인천 은성다방에서 열린 전시회에 좌수서를 출품했다. 1971년에는 온전히 왼손으로만 쓴 작품으로 제3회 개인전을 열었다.
"이전 작품과 다를 바 없이 개성 있고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는 숨을 거두기 1년 전인 1975년 8월 자신의 서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고향에 돌아왔다.
인천시 중구 제물포 화랑에서 열린 '귀향 전시회'에서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검여 선생은 중국과 서울에 유학하는 동안에도 인천 서구 시천동의 고향 마을을 그리며 '초새집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사는 그윽한 마을'이라고 떠올리기도 했다.
검여 선생의 40주기인 2016년을 맞아 그의 고향에서 여러 기념사업이 추진된다. 인천시 서구는 도시철도 2호선 검암역 역사에 유희강 선생의 생애와 정신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안을 인천시에 냈다.
시는 앞서 7월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 역마다 인천의 역사를 입히는 내용의 사업 예산 약 3억원을 세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구는 검암역 자체를 기념공간으로 꾸미고 검여 작품을 조형, 음각, 디지털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하는 내용을 제안서에 담았다.
검암역에 기념공간이 생기면 그의 생가 터가 있는 경인아라뱃길 매화동산과 연계한 문화 관광지가 된다. 2017∼2018년에는 경인아라뱃길 아라천 인근에 전시공간인 '디자인 큐브'를 설치해 검여 선생의 작품을 소개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아라뱃길 매화동산에 검여 선생의 생가 마을을 기념하는 표지석이 건립됐다. 서구 관계자는 "올해가 검여 선생의 서거 40주기인 만큼 다양한 기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디자인 큐브 설치와 전시는 계양구와 김포시 등 다른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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