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여성에게도 종중원의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용인 이씨 사맹공파 및 청송 심씨 혜령공파의 출가여성 8명이 종친회를 상대로 낸 종회회원 확인 청구소송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다수의견을 통해 “종중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에 의해 박탈하는 것은 법질서에 부합되지 않고, 종중의 본질상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년이 되면 남녀 구별 없이 종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 법질서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남녀 차별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변화해 온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6명의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성년 남성은 종래 관습법에 따라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원이 되고, 성년 여성은 종중에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중종의 구성원이 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대법원은 “실정법이 아닌 관습법의 영역인 종중의 구성원 자격과 관련해 양성평등 이념을 근거로 종래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한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취지로 지난 58년 이후 지속돼 온 종중 구성원에 관한 판례를 변경해 성년 여성은 이날부터 종원 자격을 얻게 됐다.
이날 판결로 앞으로는 종중 재산 처분이나 종중 총회 의결 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종중에서 남성에게만 종중 보유 재산을 분배했다면 여성은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이나 재산권청구소송 등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딸들이 배제된 종중 결의는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돼 개별 종중은 종중 총회 개최 시 성년 딸들에게도 소집통지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현재 하급심 소송에 계류 중인 10여건의 유사 사건을 제외하고는 이미 종중 재산 처분이 내려진 결정에 대한 소급적용은 되지 않아 유사소송은 실효성이 없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 출가여성 5명은 종중이 지난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판 뒤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을 분배한 반면 미성년자와 출가녀 등에게는 증여 형태로 1인당 1650만원~5500만원씩 차등지급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나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었다.
청송 심씨 혜령 종중의 여성 2명도 공동 선조의 후손 중 성년여성을 종원에서 배제하는 관습이 현행 법질서에 어긋난다며 종친회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냈으나 역시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와 관련, 황덕남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여성이 법적, 제도적 측면이 아닌 생활이나 문화 속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가 보장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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