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회 형들 정말 소름끼쳐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3-23 19:15: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폭력에 못이겨 도둑질… 양심속인값 합쳐 2천원 보내 “슈퍼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훔친 아이스크림 값과 양심을 속인 값 2000원 입니다. 깡패 형들이 시켜 어쩔 수 없었어요!”

동네 형들의 폭력에 못 이겨 슈퍼에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훔친 중학교 1학년 가량의 남학생이 슈퍼 주인에게 반성의 편지와 함께 훔친 아이스크림 값 1000원과 양심을 속인 값 1000원을 보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 K아파트 앞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39·여)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장사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중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다가와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명함 크기의 편지봉투를 주고 그대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생이 주고 간 편지봉투 안에는 ‘아이스크림을 훔친 일을 반성한다’는 내용의 심경을 밝힌 글과 2000원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어제 친구들과 농구를 마치고 집에 가고 있는데 뒤에서 깡패 형들이 불러 돈을 내놔라고 해 돈이 없다고 하자 500원을 주더니 아이스크림 1개는 사고 4개는 훔쳐 오라고 해 그런 거 못한다고 하니까 때리려고 해 어쩔 수 없이 훔치게 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아이스크림을 훔치려고 하다가 아주머니의 얼굴을 봤을 때 아줌마께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형들(5명)이 나중에 학교로 찾아와 때릴까봐 그렇게 하지도 못해서 아이스크림을 훔치고 나중에라도 아주머니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려고 했지만 오해를 받을까봐 이렇게 편지를 올린다”고 전했다.

특히 이 학생은 “아주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스크림은 쌍쌍바 2개를 훔쳤고 1000원은 쌍쌍바 값으로 받아 주시고 다른 1000원은 저희가 양심을 속인 값으로 받아 주세요. 아무리 형들이 협박해도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니 용서해 주세요…”라는 글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김씨는 “일진회 등 소리만 들었지 학생들의 폭력이 이 정도로 심각한지 몰랐다”며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이유야 어쨋든 아이스크림을 훔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글을 쓰면서 몇 번이나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썼는지 편지지가 헐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요즘에도 이런 학생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시흥경찰서는 정왕동 일대를 중심으로 일진회 등 불량서클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강력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