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區 비리의혹 공무원이 시청감찰반 허위고소로 물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30 1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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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감찰반 “무슨근거로 감찰하느냐 옷벗고 난동”
강남구공무원 “강제로 동행요구해 거세게 저항했다”
서울중앙지검 “시청 감찰반 진술에 더 신빙성 있다”

비리의혹이 있는 현장을 서울시청 암행감찰반에 적발당한 강남구청의 팀장급 공무원이 오히려 감찰반 하위직 공무원들을 상대로 허위 고소한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강남구청은 이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혈세로 소송착수금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본사취재진이 입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공무원범죄처분통보’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월10일 12시경 강남구청 공무원 K씨는 구청 내에서 J씨 소유의 엔터프라이즈에 탑승하고, 삼성동 소재 모 식당에서 J씨를 만났다.

L씨와 C씨 등 서울시청 암행감찰반은 당시 K씨가 J씨로부터 수표를 건네받는 비위현장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K씨는 단지 식당 명함 두장을 받아 각자 한 장씩 나눠가졌을 뿐이라고 반박하는 등 양측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L씨와 C씨는 정중하게 K씨에게 자신의 신분과 목적을 밝히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K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K씨는 L씨와 C씨가 불법으로 자신을 체포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L씨·C씨의 주장 = 사건 당일 서울시청 감찰반으로서 강남구청 직원들의 비위 행적을 감찰하느라 강남구청 앞에서 근무하던 중 마침 구청 정문 앞에서 강남구청 직원으로 보이는 자(나중에 K로 밝혀짐)가 엔터프라이즈 차량에 탑승해 가는 것을 목격하고 뒤따라 근처 식당까지 가서 그 행적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J와 식사를 마친 뒤 K가 J로부터 수표로 보이는 물건을 받아 집어넣는 것을 목격했다.

현장에서 들이닥칠 경우 대개 비위자들은 수수된 금품이 ‘빌린 돈을 변제한 것’이라고 말을 맞추는 것이 보통이므로 일단 공여자와 헤어진 후 탐문할 요량으로 식당을 나와 다시 강남구청으로 향하는 그들을 뒤따라 구청 앞 건너편까지 왔다.

K가 차에서 내린 후 횡단보도를 건너 강남구청 주차장 계단위로 오르는 것을 보고 L이 그를 불러 세운 뒤 정중하게 자신들의 신분을 밝힌 후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확인코자 했다.

이야기 좀 하자고 말하고 인도까지 내려왔는데 C가 합류하자 K는 무척 당황하면서 갑자기 “이 새끼들아 사법권도 없는 것들이 물어보긴 뭘 물어봐, 신분증을 보여 봐”라고 소리쳐서 C가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줬다.

이 때 K는 신분증을 낚아채면서 “나는 ××팀장이다. 너희들 6, 7급밖에 되지 않는 것들이 목에 힘을 주고 까부느냐. 너희들이 무슨 근거로 강남구청을 감찰하느냐. 너희들 112 신고해서 잡아가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분증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C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댔고, 이에 L은 ‘감시자가 신분증을 빼앗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K의 허리춤을 잡고 신분증을 회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K가 몸을 강하게 비틀어 돌려 L의 손을 뿌리침으로써 L과 C가 부상을 입었다.

이때 구청 직원이 지나가는 것을 본 K가 “이 ××들이 시청암행반이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근처 다방으로 가자는 L과 C의 제의를 묵살한 채 구청안에 있는 감사실로 가자면서 C의 멱살을 잡고 구청안으로 끌고 들어갔고 L은 K의 허리춤을 잡은 상태로 동행해 강남구청 소회의실에 도착했다.

소회의실에 도착해보니 강남구청 직원 10여명이 이미 대기하고 있어 K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는데 K는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옷을 모두 벗는 등 거의 난동을 부려 감사를 포기하고 말았다.

◇K씨의 주장 = 사건 당일 고등학교 동창생인 J를 만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주로 자녀 교육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음식이 맛있어 식당 명함 2장을 받아 1장씩 나눠가졌을 뿐 J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적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 친구의 차를 타고 강남구청 건너편까지 와 차에서 내려 횡당보도를 건너는 순간 정체불명의 2인이 팔짱을 끼면서 “강남구청 직원 아니냐, 엔터프라이즈에서 지금 내리지 않았느냐”고 묻기에 “맞다”고 대답했더니 다짜고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강제로 동행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차에 타라고 해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거세게 저항했다.

그들은 지갑을 단지 열었다 닫을 뿐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고 “서울시 암행반에서 나왔는데 당신이 금품을 수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면서 C가 갑자기 K의 안주머니를 뒤졌다.

이 때에 K가 “몸을 수색하는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는데, L은 “근거는 무슨 근거냐, 당신이 돈을 받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K의 양복 목부문을 잡고 혁대 부분에 손을 넣은 상태로 2분여 동안 약 20미터를 끌고 갔다.

K는 그들의 신분이 의심스러워 “나는 강남구청 법무팀장 K인데 당신들의 신분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들은 “그럴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K를 도로면에 주차돼 있는 세피아 차량에 강제 승차시키려고 밀어 붙였다.

K는 위험을 순간적으로 직감하고 가로수를 붙잡고 버티는데 그들은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차에 태우려고 했다.

이에 대항하던 K가 “그러면 강남구청 감사실로 가자”고 했더니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계속 끌고 가려고만 했다.

마침 강남구청 직원 I모씨가 근처를 지나가는 것을 발견, 그에게 감사실에 전화로 연락해 줄 것을 부탁하자 그때서야 감찰반들은 구청 감사실로 가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감사실로 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그들은 K의 양복과 바지를 붙잡고 죄인 연행하듯이 이끌고 갔다.

감사실에 도착한 후 이미 구청장의 지시를 받고 도착해 있던 감사과장, 총무과장, 감사계장 외 수명의 직원이 보는 앞에서 K가 옷을 모두 벗고 팬티와 와이셔츠만 입은 채 옷을 감찰반에게 건네줬지만 금품은커녕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의 판단 = K는 감찰반이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을 붙들었고 나중에 신분증을 보긴 했지만 실제 서울시 공무원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막무가내로 자신의 허리띠를 붙잡아 끌고 가려고 해 정신적 공항이 될 정도로 위험을 느꼈다고 하나 그러한 상황이었으면 근처를 지나가는 구청 직원들, 특히 바로 앞에 있던 I모씨(상황을 정확히 목격했다고 진술하면서도 K가 체포를 제지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진술하고 있음)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야 마땅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

K는 강남구청 건너편 횡단보도를 건널 때 감찰반들이 K를 붙잡았고 구청 정문쪽으로 약 2미터나 끌고 갔다고 하나 암행감찰이라면서 피감자의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동행을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인 점에 비춰 K의 주장은 선 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녹음까지 했던 K측이 이처럼 중요한 상황임에도 CCTV 녹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나아가 최초 조사시 “CCTV만 나오면 감찰반들이 혼 좀 날 것”이라고 K가 말 했음에도 제출을 하지 못하는 것은 K에게 불리한 상황이 녹화됐기 때문에 폐기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특히 체포나 신체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강남구청이 평소 서울시의 감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강남구청에 대한 직무감찰은 말썽 없이 수행해야 함을 모를리 없는 감찰반이 백주대낮에 그것도 K의 직장 앞에서 그를 강제로 연행하려 했다는 K의 주장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바, 결국 위와 같은 제반 상황에 비춰, 본건 사실 확정에 있어 K의 주장보다는 감찰반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전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건 발단이나 진행 과정 등 일련의 상황에 비춰 K의 피의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K는 아무런 전과가 없고 공직생활에 충실하게 임해온 점 등을 참작 ‘엄중경고 필’하고 기소유예를 결정한다.

한편 K의 고소는 허위임이 인정되나 서울시의 강남구청에 대한 감사가 불법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를 시정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 무고인지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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