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선거 열풍은 커녕 주위는 싸늘하기만 하다.
10일 오전 출근길에서 만난 개인택시 운전기사 김 모(52·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씨는 “택시운전 15년 동안 이렇게 어려운 적은 없었다”며 총선을 앞둔 최근 경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택시는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고, 영업을 위해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 영업이 수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버스가 끊기는 밤 11∼12시 무렵이면 의정부시 중앙로와 의정부역 입구는 (택시요금)할증료가 붙기 전에 귀가하려고 도로까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요즘엔 택시가 10리 밖까지 늘어선다”며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김씨는 “어떤 날은 한시간반 동안 시내를 돌아다녀도 손님을 태우지 못했다”며 “심지어 터미널이나 유명 마트 주변도 승객은 없고 온통 빈 택시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날은 아예 차를 세워두는 게 남는 장사”라며 “동료들과 둘러앉아 고스톱 치는 게 나으며 그런데 돈까지 잃는 날이면 정말 설상가상이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입도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연료비, 식대, 담뱃값 등을 제외하고 수입이 하루 보통 12∼13만원을 올라야 하는데 10만원 벌이도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부 영업용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조차 제대로 맞추기가 어려워 키(열쇠)를 던지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대낮인 데도 차고지에는 택시들이 수두룩하더라”며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택시업계 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이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귀동냥을 하다보면 자신의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불황을 호소해 경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승객들 얘기를 듣다보면 좋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 시내에서 식당 주인들이나 옷가게 하는 사람들이 제일 죽는 소리 한다”며 “공무원이나 있는 사람들이 돈을 써야 하는데 경기가 모두들 어렵다니까 그들도 주머니를 닫아 버렸다.
그러면서도 사스가 없어졌다니까 해외여행 나가 골프나 치고 돈을 펑펑 써댄다. 경기도 어려운데...”라며 푸념이다.
인근 한 영업용 택시 기사도 “IMF 때는 그래도 그런데로 버텼는데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며 “‘신용카드한도 축소니 가계빚이니’ 하면서 씀씀이가 완전히 줄었다”며 이번 경기는 쉽게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날 오후 2시께 4.15총선 선거유세가 한창인 의정부역 주변의 택시승강장마다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로 길게 줄을 이었다.
/윤한모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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