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後분양 ‘뜨거운 감자’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3-30 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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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줄이고 장기대출 늘려 단계적 도입해야 아파트 후분양제가 국내 주택건설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건설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아파트 후분양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업계는 아파트 분양방식이 선분양-후시공에서 선시공-후분양으로 바뀌면 엄청난 규모의 공급자 금융이 필요하고 주택 공급물량 급감 및 주택가격 급등 등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건교부도 분양방식은 시장에 맡겨야 하고 현재 상황에서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밝히면서도 후분양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데는 공감, 주택금융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키로 해 후분양제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후분양해야 한다 = 선분양제는 주택 수요와 자금을 미리 파악하거나 확보, 주택업체의 사업 안정성을 높여주고 분양가 규제나 가격상승 시기에 소비자에게 프리미엄을 안겨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완제품을 비교 선택할 여지가 없는 게 단점.

선분양제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지만 수요 초과로 거의 일상화됐으며 경기침체기에도 업계가 선분양을 고집, 후분양을 원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차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억원짜리 재산을 모델하우스만 보고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특히 완공까지 2∼3년이 걸림에 따라 계약 당시의 자재가 입주시기에는 유행에 뒤떨어져 이를 모두 교체하는 사례도 많아 자원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선분양제는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반면 업체에만 일방적인 혜택을 주는 제도”라며 “또 부동산 투기를 불러 일으키고 시공과정에서 하자가 많은 아파트 공급을 막을 수 있는 적절한 제동장치가 없어 재건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후분양 시기상조다 = 후분양제는 주택 공급물량 급감, 집값 급등, 주택사업자 도산, 업체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게 업계 주장.

후분양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하면 금융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가 상승하고 2∼3년간 주택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주택공급 촉진 등 선분양제의 긍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고 한국주택협회는 “후분양제의 인위적인 시행은 투기억제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것인 만큼 신중한 검토와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수익성 등 전망이 확실한 사업에만 뛰어들 것이 뻔해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공급 물량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최근 분양방식을 후분양으로 일시 전환하면 부지 구입부터 최종 자금 회수까지 최소 30개월이 걸려 주택사업자가 조달해야 하는 금융이 어림잡아 연간 68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단계적으로 도입하자 =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선분양과 후분양의 선택은 시장에 맡기되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건설금융 및 주택자금 장기대출 등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중도금 납입비중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수요를 미리 알 수 있도록 사전 청약은 허용하되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수단으로 청약금만 받고 잔금은 입주시 받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업계는 분양대금 납부시기별로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 소비자가 자금사정이나 건설업체 신뢰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후분양 업체에 조세감면,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소형주택이 후분양제를 이끌 수 있도록 지원액을 대폭 상향조정, 이를 통해 중도금 비중을 낮추도록 하는 한편 입주한 뒤에는 장기주택대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체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고 건설금융을 확충하기 위해 부동산투자회사(리츠)나 금융기관이 부동산 개발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할 수 있게 프로젝트 회사 설립 및 주택사업 허용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용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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