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보다 장사가 더 안돼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추석을 불과 닷새 정도 앞두고 있었지만 명절의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옷과 가방 등 잡화점이 모여 있는 골목에는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 등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농수산물 상점 주변에는 고요한 적막만 흘렀다.
한 생선가게 주인은 굴비가 팔리지 않자 국거리용으로라도 싼값에 손님들에게 팔려는 듯 지느러미를 마구 떼내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종로구 광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추석 명절이면 사람들로 한창 붐벼야 할 과일과 쌀, 곡물 가게 등에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상품이 그대로 진열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밀려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들었다는게 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상인들은 물가가 오르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 마저 끊겨 매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대문 시장에서 곡물 가게를 운영하는 홍모(73)씨는 "이젠 추석과 같은 명절이 대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래시장이 어렵다"며 "이제 재래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산지에서 직접 구입해 버린다"며 "오늘 하루 종일 고추를 한 근(600g)도 팔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진모(67·여)씨도 "가격이 비싸지면서 사람들이 안 사간다. 무서워서 물건을 못 갖다 놓는다"면서 "IMF 때 보다 장사가 더 안돼 굶어 죽을 지경이다"고 말했다.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려고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물건 값이 예전보다 오른 탓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박은경(44·여)씨는 광장시장에서 "작년에 비해 과일 값이 크게 올라 구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추석상에 과일을 안 올릴 수 없으니 예년에 산 것보다 양을 줄여서 살 것"이라고 털어놨다.
갈치 두 마리를 두고 흥정을 하던 이명순(67·여)씨는 "재래시장이 다른 데 비해 싸다고는 하지만 구입할 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안 먹고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대형 마트나 백화점보다 물건의 질이 더 좋고 정이 많다는 이유로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몇몇 있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서 동대문구 광장시장까지 찾아왔다는 김모(58·여)씨는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마음으로 왔다"며 "마트보다 불편하지만 그에 비해 싸고 질이 좋아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청과물점을 운영하는 김모(58)씨도 "마트보다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재래시장을 찾아온다"며 "질도 좋고 가격도 싼 만큼 재래시장을 많이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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