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광장 노숙인 강제퇴거 실랑이

안정섭 / / 기사승인 : 2011-08-23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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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괜찮지만 날씨 추워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
"지금은 괜찮지만 날이 추워지면 어떻게 하냐. 그때는 지난해 얼어죽은 사람처럼 우리도 다 그렇게 될 것이다."
23일 오전 1시30분 서울역 광장은 노숙인 퇴거를 강행하는 한국철도공사 직원들과 이를 거부하는 노숙인들 사이에서 오가는 고성으로 시끌벅적했다.
열차 운행이 종료되고 서울역 직원이 역내에 모여있던 노숙인들에게 영업이 끝났으니 나가달라는 말을 하자 모여 있던 노숙인들이 반발한 것이다.
공공역사 홈리스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서울역 공대위)는 22일 오후 11시30분부터 코레일의 서울역 노숙행위 전면금지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며 역내에 모였다.
이들은 다음날인 23일 오전 4시30분까지 한국철도공사의 이번 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역 안에서의 '노숙'을 시도했다.
마지막 열차의 승객이 모두 나가자 부역장을 비롯한 한국철도공사 관계자 10여명은 노숙인들에게 역사 밖으로 나가주기를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일부 노숙인들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노숙 생활을 하는 지모(47)씨는 나가달라는 한국철도공사 관계자에게 "외국인은 시간이 지나도 있을 수 있게 하면서 대한민국 사람인 우리는 왜 쫓아내느냐"며 "우리도 대한민국 사람인만큼 공공장소에서 지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오늘 하룻밤을 여기서 지내는 것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 다음날 승객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서울역은 철도를 이용하려는 선량한 고객들을 위한 것"이라며 "노숙인들의 취침 장소 이전에 고객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노숙인 전담대응팀을 구성해 서울역에 배치했으나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노숙인 대부분은 이번 한국철도공사의 결정이 노숙인에 대한 지나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한 노숙인은 "서울역 주변의 수많은 노숙인 가운데 실제로 들어와서 자는 사람은 소수다"며 "그런 사람들을 핑계로 노숙인 전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가진게 없다고 무시하는 일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10년 넘게 노숙을 하고 있다는 김모(68) 할아버지는 "안이나 밖이나 잠자리가 불편한 것은 매 한가지다"면서도 "다만 날이 추워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의 한숨을 내 쉬었다.
황모(31)씨는 "지금은 괜찮지만 겨울에는 들어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난해 얼어죽은 사람처럼 우리도 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인 퇴거를 지켜본 시민들은 지나친 처사라며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일산에 사는 이동은(35)씨는 "악취가 나는 불편을 제외하고는 노숙인들 때문에 서울역 이용에 불편함을 겪은 것은 없다"며 "이들이 역 주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안에서 자는 것과 밖에서 자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 노숙인을 내쫒는 것은 형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온 이정임(46·여)씨는 "역에서 노숙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지만 실제로 그 옆을 지나가면 겁이 나는 게 사실"이라며 "이 사람들이 따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숙인들은 열차 이용객이 도착하는 오전 4시30분이 되자 자진 퇴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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