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어긋난 효심’…불법 조성한 선친 묘소 이장은 커녕 추모공원화

민장홍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16-01-04 13: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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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추모조형물 설치로 또 다시 상수원보호구역 훼손…벌금 내면 끝?
사진설명=현대산업개발 사옥. 아래 좌측 고 정세영 명예회장, 아래 우측 정몽규 회장.
[시민일보=민장홍 기자] 지난 2005년 5월 타개한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경기도 하남 창우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그룹 선영이 아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 묻혀 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수상스키협회장을 지냈을 정도로 수상스키 마니아였으며, 수상스키 장소로 양수를 즐겨 찾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연고로 그는 생전에 ‘한강이 잘 보이는 양수리에 묻혔으면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외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충실히 받든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떠난 아버지를 기리는 효심 지극한 아들의 사부곡(思父曲)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적인 관점에서는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정 명예회장이 영면해 있는 양수리 땅이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린벨트인 상수원보호구역에는 원칙적으로 장지 조성을 할 수 없다. 다만 1975년 7월 9일 이전부터 거주해온 원주민들만 예외로 둔다. 정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 고인과 정 회장은 서울을 주소지로 두고 있는 외지인이었다. 명백하게 불법을 저지른 셈이다.

당시 양평군은 불법 조성된 정 명예회장의 묘지를 적발하고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과 상수원보호구역 행위제한 위반 혐의 등으로 정 회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정 회장을 약식기소해 벌금을 부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지법에 따르면 상수원보호구역에 장지를 조성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묘지는 이장해야 한다. 행정관청의 단속 이후에도 이장하지 않으면 1년에 두 번 500만원씩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정 회장은 선친의 묘소를 이장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장은커녕 오히려 분묘 주변을 호화롭게 단장해 추모공원화 하는 모습이다. 사실상 벌금을 계속 내더라도 묘지는 이장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월 20일 정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묘지 부근에 다양한 조경수 대형 추모조형물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개최했다. 100여 톤에 달하는 직육면체 화강암으로 제작된 추모조형물 한쪽 면에는 정 명예회장의 상반신, 반대쪽 면에는 포니 자동차가 조각돼 있다. 추모조형물 앞뒤로는 보도블럭과 수백 평 넓이의 화단도 조성됐다.

문제는 이 또한 불법 행위라는 점이다. 장지 불법 조성으로도 모자라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 없이 아예 정 명예회장 묘지를 하나의 명소로 꾸미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의도는 제막식 날 “이 곳을 찾는 분들이 아버님의 꿈과 희망에 대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정 회장의 추모사에서 잘 드러난다.

이에 대해 양평군은 지난 7월 24일 정 회장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에서의 행위제한 혐의로 양평경찰서에 고발했고, 정 회장은 지난달 4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으로부터 상수원보호지역에 정 명예회장의 묘소를 조성하고 기념비 등을 설치해 수도법을 위반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이처럼 정 회장은 같은 혐의로 두 차례 약식기소됐으나 묘지와 조형물 조성 등으로 훼손된 토지가 원상복구될 가능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벌금과 이행강제금을 계속 납부하기만 하면 강제로 이장·철거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수백, 수천 만원의 벌금이 일반인에게는 큰돈이겠지만 재벌 총수에게는 푼돈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린벨트를 훼손하고 돈으로 때우는 일부 재력가들의 비양심적인 행태를 근절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선친의 묘지 옆 건물로 법정 주소를 옮김으로써 불법 장지 조성 혐의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정 회장은 정 명예회장이 사망하고 한 달 보름 여 뒤인 2005년 7월 8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로 주소를 옮겼다.

이후 정 회장은 2012년 3월 26일 선친의 묘지에서 100여m 떨어져 있는 불과 약 19평(63.24㎡) 넓이의 단독주택으로 다시 등기를 이전했다. 그는 양수리에 자신 소유의 9584㎡ 부지를 갖고 있는데 이곳에 묘지를 조성하고 단독주택을 지은 것이다.

성북동에서 용산의 현대산업개발 본사까지는 10km 남짓한 거리다. 반면 양수리에서는 40km가 훨씬 넘는다. 이동시간이 2배 이상은 더 소요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디까지나 등기부등본상 주소지이므로 정 회장이 실제로 양수리에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분초를 쪼개서 사는 재벌그룹 총수가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양수리의 허름하고 좁은 단독주택에서 출퇴근한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며 “아버지 묘소를 불법 조성한 사실을 조금이나마 희석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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