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필요 땐 대책 마련" 결단 임박 시사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8~20일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일본의 엔저정책을 경고하는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채택했지만 이는 '억제가 아닌 묵인'이라는 국내외 언론의 비판이 가해지면서 정부의 선택폭이 좁아지고 있다.
24일 정부 및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저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 산업을 옥죄고 있다. 특히 일본과 수출경쟁도가 높은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은 직접 타격의 사정권에 들어온지 이미 오래다.
그동안 정부는 "아직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곤란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G20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뒤인 22일(현지시간) 1달러당 엔화가치가 한때 99.9엔까지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엔화가 달러당 100엔이면 한국의 총수출이 3.4% 감소할 것으로 에상하고 있다.
수출을 주로하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힘들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자금여력도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가 늘어난다. 경기도의 한 기업은 지난해 6월이후 엔화가치가 30%가량 하면서 기업 매출이 1/3토막이 났다고 아우성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이 수출기업들을 대신해 정부에 작심발언을 해댔다. 엔저에 대한 상황인식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한 회장은 지난 16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부총리의 현장점검에 배석해 "엔저 등으로 수출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엔화가 15%까지 절하되고 마지노선으로 봤던 달러당 95엔을 넘어 100엔까지 올랐다"며 정부에 현실 의식을 강조했다.
이에 현 부총리는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엔저는 내수와 수출 모두를 점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의 '폴리스 믹스'를 강조하는 선에서 대답을 서둘러 마쳤다.
이처럼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주저하는 것은 섣불리 나섰다가 투자자들에게 불안심리를 줄 수 있고 해외로부터도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살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필요하다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정부가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음을 간접 시사함으로서 정부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환율정책이나 엔고 정책을 들고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금리인하 등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장에 수시로 전달해야 한다"며 "당장 정부가 시장 개입을 안하더라도 시장 안정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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