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악화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경기가 3분기에 저점을 찍고,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7% 수준의 고성장은 옛말이 되고, 2~3%대의 저성장이 자리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6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리먼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지난 2009년 1분기(1.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은은 설비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됐고, 제조업 성장률도 속보치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분기 경제성장률을 바닥으로 봐도 될 것 같다”며 “수출이나 무역수지 등의 지표를 감안하면 완만한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상황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4분기에는 기저효과에 힘입어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4분기 들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9월에 나온 소비진작책으로 내구재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4분기 0.7~0.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듯 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3분기 경제성장 부진의 핵심요인으로 꼽히는 설비투자가 당장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지는 미지수다. 3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4.8% 감소하면서 전분기(-7%)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과거 설비투자는 경기에 선행해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같거나 조금 늦은 시점에 이뤄진다”며 “내년 상반기에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설비투자는 내년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경기 여건이 어렵고 유로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설비투자가 쉽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불확실성 해소와, 수출, 국내 소비심리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국내기관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인 연 2.4%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점쳐지면서 우리 경제에는 본격적으로 ‘저성장’ 먹구름이 몰려드는 모양새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2000년대 중반 기록했던 4%대 성장을 회복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며 “국내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경제의 부채 축소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3% 초반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연구개발(R&D)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수시장이 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나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경제성장 잠재력 확충이 요구된다”며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해결과 기술 혁신을 도모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문제나 미약한 설비투자로 내수가 약해진 상태인 만큼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2~3년 내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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