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수준 여전히 높아… 기대인플레율 3% 후반]
이변은 없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 기준금리를 연 3.25%로 결정했다.
국내·외 경기 우려와 물가 불안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11개월째 같은 수준이다.
금통위는 최근 국내 경제의 성장세 회복이 주춤한 가운데 유럽 국가채무 위기 등으로 인한 경기 하강 우려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물가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정책 기조를 쉽게 바꿀 수 없게 만들었다.
◇유럽 정치상황 ‘걸림돌’…그리스가 ‘관건’
금통위는 세계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지만 유럽의 국가채무 문제를 중심으로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경고음’을 높였다.
최근 들어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 재정에 반대하는 정당이 대거 의회에 진입하는 등 정치적인 이슈가 ‘뇌관’이다.
김 총재는 “스페인의 국가 채무 악화 우려와 유로지역의 실물 경제 부진,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도는 등 위험 회피 성향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견제와 균형을 통해 과거보다 안정될 수 있지만 그리스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김 총재는 “오늘 금리 인하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며 “금리 정상화(인상)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대내외 여건을 면밀하게 보면서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위험 요인으로 인해 국내 경제 성장률도 안심할 수 없다. 수출은 대체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서 성장세 회복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4월 할인점 매출은 전년 대비 2.4%, 백화점은 3.8%, 국산차 판매량은 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와 기계 장비 등의 부진으로 한 달 전보다 3.1% 하락했고, 서비스업 생산 역시 1% 감소했다.
설비투자 상황도 녹록치 않다.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면서 한 달 전보다 7% 하락했고, 건설 투자는 토목공사 실적 개선에도 건축공사가 부진세를 보이면서 1.8% 하락했다.
다만 고용 면에서는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달 수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하루 평균 21억 달러로 전달보다 8000억 달러 증가했다”며 “대외적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수출 증가 추세는 견조하게 가고 있다. 장기적인 추세선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수준 여전히 높다
금통위는 고공행진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가 한 풀 꺾였지만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2.5%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의 경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가 전년 동월대비 1.8% 상승해 오름세가 둔화됐다.
김 총재는 “정부의 보육료 지원 확대에 따른 효과를 제외하면 소비자 물가는 3.1%로 여전히 3%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은 완만하게 하락했지만 아직 3% 후반에 머물고 있어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주택시장을 보면 수도권에서 매매가격의 하락세가 소폭 확대되고, 전세 가격의 상승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전월과 비슷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물가의 절대 수준은 높지만 안정세를 보이면서 인상에 대한 압력이 완화됐다. 반면 가시적으로 경기가 회복됐다고 하기에는 지표가 엇갈리고 있다”며 “큰 변화가 없다면 현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4분기 정도에 금리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2년 만에 ‘7인 체제’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대한상공회의소 추천인 박봉흠 금통위원의 임기가 2010년 4월24일에 끝난 후 금통위는 6명으로 진행됐었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새로운 금통위원들이 식견과 경험 가진 사람들이므로 통화 정책의 연속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외적인 상황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면밀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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