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환율분쟁은 오는 22일 경주 G20재무장관 회의로 공이 넘어 갔다.
여기서도 중재안을 찾지 못하면 한달여 앞으로 다가 온 서울 G20정상회의 본연의 취지가 완전 퇴색된 채 환율전쟁터로 변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분위기로는 예단이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에 들어간데다 일본, EU(유럽연합), 신흥국 또한 미·중의 논의결과에 따라 스탠스를 취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G2(미·중)에서 촉발된 '자국 통화 수호' 움직임은 이제 신흥국으로 옮겨 붙은 모습이다. 의도치 않게 이번 통화
다툼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우리나라 역시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8월말 1200원 근방을 오갔으나 한달 반만에 1100원선을 지키는 것 조차 버거워 보인다. 외환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추가 하락 시도가 이어져 연중저점(1104원)이 뚫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대내외적으로 하락 재료가 워낙 많아 연말까지 아래를 바라보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 부근에서 공방을 벌이겠지만 이것마저 뚫리면 연저점 터치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1100원선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견고하게 형성돼 있지만 미국 경기지표 부진, 11월 미 중간선거,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추가 양적완화 등 현재로서는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들이 산적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외환당국이 G20회의 의장국 신분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는 점도 하락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환율이 1100원선에 다가설 때마다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보였으나, 그 이상의 발언과 행동은 없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시장 움직임을 최대한 존중하되 과도한 쏠림에 의한 환율 급등락 시 안정조치에 나선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미국, 중국, 일본, EU 등 주요통화의 움직임과 타국의 환율정책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가파른 절상폭과 속도만 늦춘다면 원화가치 상승은 경제 성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현 상황을 지나친 우려의 시각으로 보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승지 삼성물산 연구원은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가 경기둔화 방어에 취약한 통화로 분류되면서 급격히 저평가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수출호황 등에 힘입어 경제, 재정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연구원은 "현재의 가파른 원화상승에는 그동안 경제상황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아시아 국가에 비
해 절상속도가 더뎠던 점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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