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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과거의 회상만을 위한 변명이나 지난 추억의 상념이 결단코 아니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의 꽃이라 불리는 소풍·수학여행·운동회 등 체험학습이 각급 학교 현장에서 잇따라 축소되거나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깝고 서글픈 소식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교사 책임과 민원 부담을 피하려고 학교가 체험 활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체험 중심 교육이 급속히 위축되고 아예 쪼그라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형사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현장 체험학습이 사실상 기피 대상으로 내몰려진 모양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오잔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각급 학교에서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단체 활동이 위축되고 소풍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풍조에 대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요즘 소풍도 수학여행도 잘 안 간다고 한다.”라며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관리 책임을 부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시정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라고 했다. 실제로 소풍과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이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체험학습은 2년 새 50% 전후로 반 토막이 났다. 수학여행은 더 가파르게 감소했다. 수학여행을 계획한 서울 시내 초·중·고는 지난해 42%에서 올해 17%로 크게 줄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단 30곳(5%)만 올해 수학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저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다녀온 경주 수학여행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점도 참 많다.”라며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 활동에 문제가 있으면 교정하고, 안전 문제라면 비용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보강하거나, 교사의 관리 부담이 크다면 추가 인력을 채용해서 동행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회피하느라 학생들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된다. 각별 신경을 써달라.”고 밝혔다. 사실상 일선 학교의 소풍·수학여행 등 각종 교육 활동이 위축된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마련하란 취지로 이해된다.
백 번 듣는(聞) 것이 한 번 보는(見) 것만 못한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일진 데 작금의 초·중·고 현장 체험학습이 심히 걱정될 정도로 축소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3월 23~30일 전국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현장 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학여행, 수련회 등 숙박형 체험학습은 53.4%가 학교에서 이루어졌으며, 25.9%는 ‘비숙박형만 운영’, 10.8%는 ‘학교 내 체험 활동 중심’, 7.2%는 ‘사실상 중단’했다고 응답했다. 숙박형 체험학습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며 학교 현장의 체험학습 운영 방식에 구멍이 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사 89.6%는 ‘현장 체험학습 중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보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삶의 지혜를 터득한다. 교사뿐 아니라 학생을 위해서라도 소풍·수학여행 실종 사태를 막을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실제로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소풍(1일 형 현장 체험학습)은 2023년 598곳(98.8%)에서 2025년 309곳(51.1%)으로 2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수학여행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게 줄었다. 올해 수학여행을 계획한 서울 시내 초·중·고는 전체 1,331개 학교 중 231개 학교(17%)에 그쳐, 지난해 562개 학교(42%)에서 331개 학교나 크게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는 단 30개 학교(5%)만 수학여행을 간다. 교과 시간 외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 활동을 금지한 초등학교도 전국 287개 학교(4.85%)에 이른다. 서울(16.69%)·부산(34.65%)의 비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체험학습 기피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온전히 교사에게만 지우는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 체험학습 중 뒤처진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다. 인솔 교사는 1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같은 형량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교사직은 유지했지만 교사들이 받은 충격은 컸고 이를 계기로 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일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0조(안전조치 및 안전사고관리 지침 등) 제5항을 “학교장, 교직원 및 제10조의4에 따른 보조인력은 제3항에 따른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따라 학생에 대하여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 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개정했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교사들은 여전히 무고함을 증명해야만 하는 입증책임(立證責任)을 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4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면책, 소송 국가책임제 등을 요구한 것도 그래서다. 교사가 소송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공포 탓에 현장학습은 기피 대상이 됐고, 결국 학교는 학생들을 교실 안에 묶어두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교육부와 교육청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교사가 운전기사의 음주 여부, 차량 정비 여부까지 직접 체크하라는 식이었으니 교사들이 아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아예 가지 않게 된 것이다. 또 하나 학교 활동이 급감한 이유는 학부모 민원 급증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이다.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을 다녀오면 학부모 민원이 그야말로 급속히 많이 쏟아진다고 한다. 과거처럼 단순 항의 전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교를 상대로 법적 대응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아이들에게 소풍이나 수학여행의 소중한 기회를 돌려주는 일은 교사들이 부당한 고소·고발에 시달리지 않도록 법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교육부는 다음 달 내놓을 보완 대책에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면책 범위에 대한 정교하고 치밀한 ‘가이드라인(Guideline)’을 마련해 구체화해야만 한다. 행사 시 안전 전문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래야만 교사가 소명 의식과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현장 체험학습 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교사 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체험학습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교사들이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현장 안전 인력이나 비용 지원 정도로는 현장 교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도 이날 국무회의 후 “체험학습 중에 발생한 안전사고로부터 교사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 면책을 강화하고 체험학습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구체적인 방안은 5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만큼 실효적인 대책을 서두르길 바란다.
무엇보다 사고는 대부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불현듯(Suddenly) 돌발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교사가 여전히 모든 책임을 지는 구조라면 문제가 큰 것이다. 그렇다고 ‘현장학습 폐지’는 ‘빈대 한 마리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거나 ‘삐뚤어진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를 죽게 만드는’ 교각살우(矯角殺牛) 격(格)인 치둔(癡鈍)의 우(愚)이어선 교왕과직(矯枉過直 │ 구부러진 것을 바로 잡으려다 지나치게 곧아져 버림)으로 결코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학창 시절 현장학습은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안전관리 인력을 보강하고 교사의 책임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학교 현장학습이 더 알차고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체험학습 현장 인프라(Infra) 구축을 서둘러야만 한다. 결국 안전관리 방안 강구에 지혜를 모으고 교사 책임 기준을 재정립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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