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종로 사유화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시민일보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3-25 09:42:5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종로구의원 이광규
 
지난 16일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의 시추 작업을 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있었던 국가유산청의 언론설명회에서는 이런 언급이 등장했다. “세운4지구가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향유하는 생태의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말에서 국가유산청의 독선이 도를 넘고 있다고 여긴다. 국가유산청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논란’으로 격하한 것에도 모자라, “세계와 함께 향유하는 생태공간”이라는 독자적인 미래상까지 언급했다. 주민들과 논의도 전에 종로의 미래상을 언급되는 상황은 종로구민에게 큰 폭력과 상처이며, ‘종로’라는 공간을 사유화하는 과정임을 자각해야 한다.

실제로 국가유산청의 종로 사유화는 올 해 2월 입법 예고된 「세계유산법 시행령」(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세계유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서 구체적으로 재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세운 4구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종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다. 이번 입법 예고의 함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종로 어느 곳이라도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다. 법에서 유산지구 밖에서의 사업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는데, 입법 예고된 시행령에서는 세계유산지구 밖에 관한 언급이 없다. 즉, 영향 평가의 구체적인 공간 범위를 설정하고 있지 않아서 어느 사업이 어떤 이유로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대상이 될지는 오롯이 국가유산청의 재량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나 한양도성 또한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이 때에, 결국 ‘종로’라는 공간이 국가유산청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종로 곳곳에서 주민들이 동네를 고치고 집을 바꾸려 할 때마다 국가유산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각종 개발계획과 정비사업은 물론이거니와, 개별 건축물의 건축사업에 대해서도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게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종로구 행정일선에서 혼선은 이미 벌어지고 있다.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하여 혹여나 이 시행령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어찌 대처해야 할지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세 번째로는 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결과는 무소불위의 강행 규정으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국가유산청장이 위촉하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문화유산위원회’에서 심의하는데, 이들의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자에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게 할지 말지 결정한다. 개발행위라는 것은 내가 이 범위 안에서 이 절차를 밟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 걸음을 겨우 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그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심의 대상도 불분명하고, 심의 기준도 모호하고, 심의 결과도 담당자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이 국가유산청의 재량 앞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종로는 국가유산청의 논리에 지배된다.

국가유산청은 ‘함께’와 ‘공유’의 가치를 언급한다. 그 말이 종로구민에게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지려면 선언은 그만두고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책임있는 정책 입안으로 증명해야 한다. 종로는 국가유산청의 정원이 아니다. 종로구민이 매일 살아가는 삶의 공간이다. 종로의 미래는 종로구민이 그려야 하는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