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낮은 곳으로 복음을 전했다"

서예진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14-08-17 17:25:0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해 장애아동과 45분간 격의없이 지내 [시민일보=서예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소재 꽃동네를 방문 장애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교황은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 앞에 차를 세우는 등 낮고 고통받는 사람로 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 세월호 유족앞에 차 세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족 앞에 멈춰 섰다.

교황은 이날 카퍼레이드 도중 이순신 장군상 앞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차에서 내렸다. 이어 단원고생인 고 김유민의 아버지 김영오(47)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4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신이 담긴 노란 쪽지를 전달하고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받은 쪽지를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그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그러자 전광판으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교황의 이같은 행동은 예정에 없던 일이였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레스센터에서 ‘유가족 앞에 멈춰 선 것은 계산된 행동이었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통상적으로 그런 만남은 사전에 준비되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 위로를 해주고 싶어한다. 굉장히 즉흥적인 분이다. 카퍼레이드 도중 교황 옆에 있는 신부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라고 하자 차를 세우고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행동은 세월호 참사에 자신도 공감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유족에게서 받은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꽃동네 장애인 복음 전파=교황은 이날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방문에서 장애인들을 만나 낮은 곳으로 복음을 전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꽃동네 희망의 집에 도착한 교황은 사지 마비에도 늘 홀로서기로 감동을 주는 차 필립보(9·꽃동네학교 3학년) 등 장애아동 4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이를 성모상에 봉헌했다.

교황은 장애아동 교육시설인 꽃동네학교 학생 11명이 '축복합니다' 등을 합창하며 율동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공연 뒤에는 이마와 볼에 입맞춤했다.

공연한 장애아동들이 "사랑합니다"라며 양손을 머리 위에 올려 하트 모양의 인사를 하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 칭찬하고 손 하트로 화답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 참석한 장애아동(성모의 집) 42명, 장애어른(희망의 집) 20명, 호스피스병동 3명, 입양 대기 아기(천사의 집) 8명, 노인의 집 6명 등 79명을 일일이 어루만지며 사랑을 전했다.

식물인간으로 20년간 병상생활을 하는 오미현 리나(23·여), 두개골 함몰이라는 장애에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이 바오로, 시각장애에도 구걸로 모은 100만원을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에게 선뜻 기부한 홍 도비아 등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교황은 "여기 계신 모든 분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길 빕니다"고 스페인어로 축복의 말씀을 전했다.

교황은 모자이크로 그린 예수 그림을 꽃동네에 선물했고 희망의 집에서 머문 45분 동안 의자도 마다하고 장애인들과 격의 없이 함께했다.

손 하트로 작별 인사를 한 교황은 낙태된 아기들의 무덤을 상징하는 태아동산으로 이동했다.

앞서 꽃동네 수도자 찬미단 12명이 부른 네 번째 앨범, 영적 예물, 장애를 가진 베실리아(여)가 자수로 짠 교황 초상화, 상체를 쓸 수 없는 김 세실리아(74·여)가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과 종이거북을 선물로 증정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임지형 마리아(39·인곡자애병원 봉사자)는 "항상 낮은 자세로 찾아다니시는 교황님을 직접 뵈어 감격스럽다. 여기에 있는 모든 분이 하느님의 복음"이라며 "호스피스병동에서 11개월째 봉사하는
이날 희망의 집 행사에는 꽃동네 학교 이사인 이수성 전 국무총리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종호 전 국회 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명동성당 미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명을 만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비롯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쌍용 해고 노동자 등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