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민심은 밟아도 뿌리를 뻗는 잡초와 같았다.
정부와 국가보훈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오히려 국립5·18민주묘지를 가득 메웠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5·18민주화운동 제33주년 기념식 후반부에 참석자 2000여 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태극기와 불끈 쥔 주먹을 흔들며 80년 오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 시작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는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붙겨…세월은 흘러가도 산자는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함성…"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산화한 오월영령과 민주화열사들에게 바치는 노래는 장엄하게 기념식장을 가득 메웠다.
제창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한길 민주당 대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등 여·야와 진보와 보수가 다르지 않았다.
국가보훈처가 "정부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흔들며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수십년 이어져 온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강운태 광주시장으로부터 태극기를 건네받아 일어섰으나 공연을 바라볼 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았다.
'5월의 아리랑'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장 밖에서도 뜨겁게 울려 퍼졌다.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에 반발한 광주시의회 의원들과 5월단체 회원 등은 기념식장 밖에서 5월영령들에게 이 노래를 바치며 항의의 뜻을 표출했다.
또 기념식에 불참한 통합진보당과 광주전남진보연대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외국인 등 500여 명도 망월동 구묘역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갖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대회를 가졌다.
5월단체 한 관계자는 "명분도 없이 노래를 금지시키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했었다"며 "탄압과 억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민주화를 지켜낸 5월영령들 처럼 이 시대의 민초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광주시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33주년 기념식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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