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할 계획 없는 '우발적 범행'

뉴시스 / / 기사승인 : 2012-10-21 14: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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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연쇄 칼부림…수원ㆍ여의도ㆍ의정부 묻지마 칼부림
최근 하루 사이 서울 강남에서 칼부림 사건이 연달아 벌여졌다. 두 사건은 '치정'과 '사소한 시비'로 각각 다른 사연들로 얽혀 있지만 범행동기가 우발적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6일 낮 12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빌라. 택배원으로 가장한 오모(29)씨가 지인관계이던 최모(31·여)씨에 집으로 찾아와 최씨와 그의 남자친구 박모(33)씨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박씨가 이에 맞대응하면서 결국 2명이 숨지고 박씨 역시 중태에 빠졌다.

다음날인 17일 오전 2시께 강남구 신사동의 술집에서 또 다시 칼부림이 났다. 바로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던 이들 간에 사소한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제갈모(38)씨가 자신의 차량에 있던 흉기를 들고와 강모(37·여)씨 일행 4명에게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그룹 쿨의 멤버 김성수(44)씨의 전 부인이자 배우 공형진(43)씨의 처제인 강씨가 사망하고 일행인 프로야구 선수 박모(28)씨 등 3명이 크게 다쳤다. 제갈씨는 경찰에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순간적인 충동을 제어하지 못해 저지른 범행은 3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극을 불러왔다. 첫 번째 사건 역시 피의자가 숨지면서 수사가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을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상대방을 살해할 계획이었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4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제갈씨 역시 차량에 흉기를 가지고 다녔지만 누군가를 살해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과 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펴낸 '2011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 총 427건 가운데 범행동기가 우발적인 경우는 196여건(46.1%)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28.2%, 2010년 43.3%로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또 전과자의 비율은 지난해 전체 피의자 181만명 중 85만명(46.9%)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2009년 49.3%, 2010년 49.1%로 감소 추세다. 전과가 없는 일반인들의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우발적 범죄의 특성은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거나 준비됐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흉악범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수원, 여의도, 의정부에서 일어난 이른바 '묻지마 칼부림' 사건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또 우발적 범죄는 사전에 범행을 예방하거나 차단하기 쉽지 않은데다 가해자가 흥분한 상태라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일이 다반사다. 충동을 자제하기 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력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이웅혁 경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발적 범죄 피의자들은 공격행위를 제어하기 위한 끈인 신념, 책무, 가족과 같은 애착대상이 사라지거나 얇아진 상태"라며 "따라서 분노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범행 당시 현상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주체하지 못해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이수경 경기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에서 기인한 기억손상일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기 위한 것인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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