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20일이면 현대사의 비극인 '용산참사'가 벌어진지 꼭 3주기가 된다.
유족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당시 사건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사업과 철거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곪아가고 있다.
2009년 1월19일 용산4지구 철거민 40여명이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그들은 정부의 재개발 정책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극은 그렇게 막을 올렸다. 이튿날인 20일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섰고 난데없이 불길이 일었다.
옥상은 불바다로 변했고, 고 이상림씨를 비롯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졌다.
부상자도 23명에 달했다.
참사로 이름 붙여진 그날 사건 이후 비난여론이 끓자 2월10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당시 서울경찰청장)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경찰 책임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형사처벌 절차까지 중단되는 것은 아니었다.
검찰은 용산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씨 등을 상대로 참사 당시 망루 4층에 끝까지 남아 경찰특공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다량의 인화물질을 쏟아 부은 뒤 화염병을 던져 경찰특공대 소속 김남훈 경사를 숨지게 하고 경찰특공대원 13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치사 등)를 적용했다.
1심 재판은 같은해 3월12일 시작됐고, 3심까지 차례로 유죄가 선고됐다.
인권위 등 단체들이 경찰이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농성자들의 입장을 옹호했지만 대법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0년 11월 이충연씨 등 7명에게 징역 4∼5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2심의 증거를 봤을 때 불이 붙은 원인을 피고인들 및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으로 본 원심의 판단이 수긍되고, 위법을 발견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경찰의 진압 시기와 방법의 적절성과 유효성에 대한 아쉬움은 별론으로 하고, 경찰이 진행한 진압작전을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문을 받아든 철거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수사 지휘자들과 법관들에 대한 용산참사 유족들과 철거민들의 비난수위는 상당히 높았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무리하고 성급하게 공권력을 투입한 진압 책임자 김석기는 이명박 정권의 보은인사로 오사카 총영사가 되더니 8개월 만에 총선에 출마를 선언하며 한나라당 경주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고 비난했다.
또 "법정에서 밝혀진 진실을 외면하고 검찰의 왜곡된 주장만을 받아들여 철거민들에게만 중형을 확정 판결한 양승태 판사는 대법원장으로 임명됐다"며 한탄했다.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정부의 재개발 정책 역시 유족들에겐 멍에로 남아있다.
용산4구역 개발은 참사 발생 3년이 지나도록 진척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각지의 재개발 구역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상도동, 명동, 북아현 뉴타운지역에서는 용역과 주민들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외면도 용산 철거민들에겐 서글픈 일일 수밖에 없다.
설을 앞두고 정부가 생계형 범죄와 관련된 955명을 사면하겠다고 밝히자 용산 철거민들은 실형을 선고받은 동료들이 특사로 풀려나올 것이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정부는 서민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이뤄진 대규모 신년 특별사면의 명단에 철거민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철거민들을 외면했던 정부가 건설 입찰 비리 관련 행정제제 3472건에 대한 제제를 특별사면으로 풀어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철거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개발사업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둬둔 채 개발비리를 저지른 건설자본에만 특혜를 준 꼴"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터져나왔다.
이같은 일련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용산 철거민들은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제2, 제3의 용산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결심했다.
이들은 18일 강제퇴거금지법을 국회에 입법 발의할 계획이다.
'올해 정치변혁의 시작을 용산 문제, 아니 철거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철거민들의 주장이다.
강제퇴거금지법 입법 발의를 기점으로 용산참사 3주기 추모준비위원회는 3주기 당일인 오는 20일까지 북콘서트(18일), 뉴타운토론회(19일), 추모대회(19일), 추모제(20일) 등 행사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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