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길거리 전전하며 '재기의 꿈' 몸부림

이나래 / / 기사승인 : 2012-01-02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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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70명 저축왕 선발...1인당 평균 375만원 저축
[시민일보]작지만 탄탄한 액세서리 공장을 운영하던 정모(54)씨는 2008년 협력업체가 줄도산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하고 말았다.
채권자들의 빚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부인과 아들을 남겨둔 채 남산과 을지로 일대를 헤매는 노숙생활을 했다.
그 사이 80kg가 넘던 체중은 60kg으로, 머리는 백발로 변했다.
2009년 봄, 길거리를 전전하던 그는 노숙인 쉼터이자 취업·자활지원센터인 아침을여는집 복지사들의 눈에 띄었다.
퀭한 모습의 그와 대화를 거듭하던 복지사들은 새삶을 시작하고 싶다는 그의 마지막 부탁에 작은 고시원을 제공했다.
채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판단해 파산면책을 권고했던 아침을여는집의 오범석씨는 희망근로로 받은 급여로 빚을 기어이 갚겠다고 다짐하는 정씨를 보고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로부터 2년 뒤 고시원비와 식비 등 30만원을 제외하고는 전액 저축을 시작한 정씨는 고시원에서 단신자매입임대주택으로 거처를 옮겼고, 저축액은 1500만원이 넘어섰다.
정씨처럼 피치 못할 사정으로 거리노숙을 하다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이 한푼두푼 모은 돈이 어느덧 '희망의 종자돈'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4회째를 맞은 '서울시 노숙인 저축왕 선발사업'의 성과를 2일 공개했다.
올해 서울시는 23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1222명의 저축실적을 검토해 그 중 70명의 저축왕을 선발했다.
결과를 보면 일반인의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70명 노숙인은 지난 8개월동안 약 4억6000만 원을 벌어 그 중 절반 이상인 2억6000만 원을 저축했다.
한 사람당 평균 저축액은 656만원으로 절반이 넘는 이들이 375만원을 저축했다.
특히 저축왕중 상위 7명은 수입의 90%가 넘는 돈을 모두 저축하는 등 새삶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드러냈다.
선발된 노숙인 중에는 정씨말고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거리에 나선 여성, 사업이 망해 자살을 기도했던 가장, 장애를 가진 노숙인도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
서울시는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한 개인 중 상위 10%인 7명에 대해서는 상장을 수여하고, 70명 전원에게는 3월에 약정할 '희망 플러스 통장' 가입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올해 노숙인 저축왕으로 선발된 사람 중 일부는 내년도 저축의 날 표창대상자로 추천할 계획이다.
최용순 서울시 복지건강본부 자활지원과장은 "노숙인 저축왕 선발사업이 기존의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 신용-리스타트 사업, 희망의 인문학, 주거지원사업 등과 상승효과를 내면서 노숙인 스스로 준비하는 주거 독립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저축을 통한 노숙인의 자립·자활을 장려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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