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는 초음파 검사를 한 뒤 가루약과 물약으로 된 한약을 처방했다. 최씨는 이 약을 쭌이에게 먹였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몇 주 뒤 다른 병원을 찾은 최씨는 쭌이가 방광결석과 방광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이에 최씨는 쭌이를 진료했던 A병원 수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23만9000원을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또 인터넷 애견동호회 카페에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오히려 수의사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더욱이 이 수의사는 법원에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제출했고 법적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거짓말은 곧 들통났고 수의사는 위증죄로 기소됐다.
이 수의사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은 12월로 예정돼 있다.
최씨는 3년간 법정다툼을 벌이면서 수의사들의 오진에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횡포'로 느껴질만하다.
그 밖에 만성신부전증 말기로 음식을 거부하던 강아지를 두고 버릇이 잘 못 들어 그렇다면서 굶겨볼 것을 권하거나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강아지에 대해 두개골 골절 및 뇌출혈이 의심된다며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등의 오진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이같은 경험을 한 주인들은 모두 수의사의 첫 진단만 믿고 조치를 했다면 반려동물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며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특히 이런 경우 수의사 대부분이 자신의 오진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도리어 진료기록 공개 거부, 법적 대응 불사 등 적반하장격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실제 현행법상 오진을 한 수의사들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은데다 기껏해야 '재물손괴죄'로 처벌받게 하거나 말 그대로 '개 값'에 불과한 배상액을 받아내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이 수의사의 전문적이고 책임있는 진료행위를 유도할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최씨는 "이제까지 외과적 손상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는 판례는 있었지만 내과적 손상에 대해서는 승소한 경우가 거의 없다"며 "수의사법 개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동물단체도 없어 싸움이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도 증가했고 이에 따라 분쟁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이 개정돼 수의사들의 횡포를 막고 반려동물 주인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보호법 개정에 집중하다보니 수의사법 개정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의사법의 맹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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