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첫 단독콘서트에서는 이같은 이미지 중심적 경향이 유독두드러졌다. 음악만 듣는 것이 아닌, 영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도 아닌, 직접 G드래곤의 모습을 목도할 수 있는 공연이라 더욱 그랬다.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그답게 패션쇼라도 하듯 노래마다 다른 화려한 의상을 뽐냈다. 무대 배경에도 팬들을 현혹할 만한 형형색색 영상이 끊이지 않았다. 레이저 빔은 쉴 새 없이 공연장 구석구석을 핥았고, 폭죽은 무대 양 옆에서 심심하면 터져 나왔다.
이날 G드래곤은 검은 닭벼슬 같은 머리 모양을 선보였다. 지난 8월 내놓은 1집 ‘하트브레이커’ 이후 최근까지는 하얗게 탈색한 머리였다. 가녀리면서도 긴 팔과 다리를 극대화한 패션도 함께였다. ‘하트브레이커’가 표절시비를 부른 것을 빼면 음악적인 것보다는 패션, 안무가 더 화제였다. 그렇게 G드래곤은 언제나 이미지, 즉 기호가 앞섰다.
프랑스의 사회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닌 사회의 계급질서와 상징적 체계라고 진단했다. 상품이 상징하는 기호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또 보드리야르는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한다는 뜻의 ‘시뮬라시옹’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라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고 짚는다. 보드리야르의 이론은 G드래곤에게 적용 가능하다.
G드래곤은 실체보다 이미지가 앞서는 아이들(idol) 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미지는 강한 유독성을 품고 있다. 보드리야르는 이 유독성을 현실 세계에 대한 무관심으로 정의했다. 대상이 사진이나 영상, 즉 이미지가 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문제제기를 멈추고 합성된 이미지를 통해 위조된 현실을 엿보는 데만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이날 콘서트에서도 이미지의 강한 유독성이 감지됐다. ‘브리드(Breathe)’를 부르는 동안 무대 위에 올려놓은 침대에서 여성 댄서와 성행위를 방불케 하는 댄스를 선보였다. 심지어 ‘쉬스 건(She’s Goone)’을 노래하면서 곁들인 영상에서는 자신에게서 도망하려는 여성을 칼로 찌르는 장면을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현 시점 아이들은 단순한 가수 이상이다. 사회적 공인으로서 엄청난 영향력과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다. G드래곤은 이날 1만2000여명의 팬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인 것을 감안하지 않았다. 그에게 퍼포먼스와 영상은 자신의 스타일리시 이미지를 내세우는 도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은 그 이미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멈춘 채 위조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높다. 자기들이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우상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G드래곤은 이날 이미지만을 앞세우지 않을 때 더 빛났다. 13세 어린 나이에 매니지먼트사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출발, 그룹 ‘빅뱅’의 리더가 되고 솔로 가수로 성장하기까지의 모습을 공개하는 순간의 울림은 진했다. G드래곤이 연습생 시절 참여한 ‘내 나이 열셋’, ‘스톰’, ‘멋쟁이 신사’ 등을 메들리로 들려줬을 때는 애잔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특히, G드래곤이 ‘리틀 룰라’로 ‘날개 잃은 천사’를 방송에서 부르던 시절의 영상에 이어 그룹 ‘룰라’가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지기도 했다. 반주음악이 아닌 라이브 밴드 연주에 맞춰 ‘버터플라이’와 ‘벗 아이 러브 U(But I love U)’를 차분하게 부를 때는 신선감마저 느껴졌다.
그룹 ‘2NE1’의 산다라(25)와 씨엘(18), 프로듀서 테디(31)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과 어울려 ‘헬로’, ‘더 리더스(The Leaders)’ 등을 부를 때는 신이 난 듯했다. 빅뱅 멤버 태양(21·동영배)과 ‘나만 바라봐 파트2’ ‘코리안 드림’, 빅뱅 모든 멤버와 빅뱅의 히트곡 ‘거짓말’ ‘마지막 인사’를 열창할 때의 G드래곤은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해보였다.
G드래곤은 “열세살 때 노래가 아닌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3년 전 소중한 네 명의 친구들과 빅뱅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섰으며 올 8월18일 생애 첫 솔로 앨범이 나왔다”며 “매 순간이 뜻 깊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올해만큼 떨리고 벅찼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10년 보다 앞으로 보여줄 10년을 더 기대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려서부터 10년 동안 음악을 해온 G드래곤은 결정을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미지로만 점철된 아이들 스타로 남을 것인지, 진정한 뮤지션으로 거듭나야 할 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다. 아이들로는 드물게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갖고 있는 그에게 대중은 주문할 권리가 있다.
G드래곤은 감성이 아닌 감각이 앞서는 뮤지션이다. ‘소년이여’ 중간에 ‘데인저러스’를 리믹스, 존경심을 표한 마이클 잭슨(1958~2009)과 비교하면 그 의미가 명확해진다. 잭슨의 음악 역시 G드래곤처럼 노래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확연하지만, 음악 자체만으로도 감성적인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그러나 G드래곤의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추종하는 몇몇 연예인을 제외하면, 그의 노래를 다시 따라 불러줄 후배가 과연 몇이나 될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음악이다. 감각이 순간적인 느낌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감성은 지속되는 느낌에 방점이 찍힌다.
G드래곤의 음악은 감각적일까, 감성적일까. 물론, 감각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의 음악은 아직까지 이미지가 앞서는, 감각적인 경향만 강하다. 지속되는 느낌이 부족하다. G드래곤이 진정 원하는 바도 감각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성적인 음악일 것이다.
이번 콘서트는 G드래곤의 장점과 단점,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시켰다. 내년 1월의 빅뱅 콘서트에서 G드래곤은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리라 믿는다. 자신만의 팬들이 아닌 빅뱅 멤버 전체의 팬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굳이 자신만의 이미지, 자신만의 감각을 내세울 필요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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