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들이 암암리에 관행적으로 형성해왔던 담합의 실체가 드러났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이른바 생명보험사 빅3를 포함한 생보 14개사,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10개사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담합에 참여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았다.
◆컨소시엄까지 형성= 각 보험사들은 법인단체상해보험 및 퇴직보험 상품을 서로 합의해 가격을 조정하고 공무원단체보험에는 농협까지 가담하여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담합을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법인단체상해보험시장 담합에는 거의 모든 보험사가 대거 참여했다. 삼성, 교보, 대한(이하 생보 3사), 미래에셋, 금호, 우리아비바, 동양, 신한, 동부, 흥국, 알리안츠, 녹십자, 메트라이프, ING, AIG 등 14개 생보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 동부화재, 메리츠(이하 손보 5사), 한화, 흥국쌍용, 제일, 그린, 롯데 등 10개 손보사들은 수차례 회의를 통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해왔다.
이들은 2002년 4월 보험가격 자유화 조치가 내려진 이후 모두 21차례 회의를 개최해 동 상품의 할인율ㆍ환급률의 축소 및 폐지, 공동위험률 산출 적용, 공동적용 등을 합의해서 실행해왔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생명 38억5000만 원, 교보생명 21억1700만 원, 대한생명 7억4700만 원, 삼성화재 19억7900만 원, 현대해상 5억6900만 원, LIG손해보험 13억3100만 원 등 모두 105억9300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퇴직보험과 관련해서는 해당 보험의 종류 중 하나인 확정금리형상품의 예정이율을 정하면서 사전에 회의 및 전화연락 등을 통해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 담합 역시 적극적으로 주도한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73억7600만 원, 43억9600만 원, 22억2500만 원의 과징금(총 139억9700만 원) 조치를 내렸다.
가격담합에 이어 공무원단체보험의 경우에는 입찰까지 공모,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단체보험은 지난 2003년 도입된 상품으로 생ㆍ손보사와 농협 등 유사 공제기관의 시장 참여가 가능하다. 동 상품은 중앙행정기관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달청을 통해 최저가격 낙찰제 입찰을 실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관과 소속공무원들이 보험계약을 일괄 체결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농협과 보험사는 서로 감독체계와 보험요율 산출방식이 달라 보험사들에게 불리하자 생보 3사는 농협에 ‘저가 입찰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하겠다’ 등으로 압박을 가해 농협과 보험사 간 공조를 이끌어냈다.
마침내 지난 2005년 생보 3사와 손보 5사, 농협은 상호 참가하는 컨소시엄(공동수급체)을 구성해 16개 시ㆍ도 지역별로 시장을 분할했다. 또 각 지방교육청 개별입찰 시 농협컨소시엄이 낙찰되도록 동 컨소시엄에 포함되지 않은 손보사들이 들러리입찰을 서기도 했다.
공정위는 보험사들의 이 같은 행위에 농협 5억31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19억5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감원, 알면서도 ‘쉬쉬’= 한편 보험사에 대한 포괄적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공동행위 사실을 알고도 눈감아 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생보사들이 과다경쟁이 일어나는 시장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운영개선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하자 “생ㆍ손보업계 간 개선안을 마련ㆍ제출하라”고 구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에 “금감원은 보험업법 상 보험사의 개별 상품내용에 대한 심사권한은 있으나 보험사들로 공동행위를 합의ㆍ실행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즉 보험시장에서 보험사들이 가격이나 할인율, 환급률, 위험률 등을 개별.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지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을 묵인, 나아가 지시까지 하는 것은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라는 따끔한 지적이다.
이병주 공정위 상임위원은 “이 사건과 관련한 금감원의 행정지도는 감독권한과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이런 행정지도를 기화로 행해진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 상 정당한 행위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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