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정위가 ‘준 압수수색권’을 갖게 될 전망이다. 17일 발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긴 ‘봉인조치권’과 ‘이행강제금’을 합하면 사실상 압수수색권과 다름없는 권한이 생긴다.
▲“날개 단 공정위”=현재 공정위가 기업 현장조사 때 쓸 수 있는 수단은 자료 요청뿐이다. 해당 기업이 이를 거부하면 증거 자료 확보는 어렵고, 기껏해야 2억원(개인 5000만원) 미만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게 전부다. 공정위가 강제조사권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에 봉인조치권이 부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정위는 필요한 경우 건물이나 사무실을 통째로 폐쇄할 수 있고, 컴퓨터의 작동이나 캐비넷의 개봉도 막을 수 있다. 심지어 의심되는 차량을 옮기는 것까지 제한할 수 있다.
기업이 봉인을 뜯은 흔적이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 이 권한은 현재 감사원이 갖고 있다.
공정위는 봉인조치를 한 뒤 기업에게 다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이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버티는 기간만큼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금액은 하루 평균 매출의 0.1%만큼이다.
한철수 공정위 경쟁정책본부장은 “종전의 과태료가 버스요금이라면 이행강제금은 탑승시간만큼 늘어나는 택시요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도 도입한 조치로 봉인은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부담은 종전 ‘과태료’ 수준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금융거래정보도 확보=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의 존속시한이 폐지된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의 ‘상설화’는 공정위의 ‘숙원’이었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은 단순히 생명이 연장되는데 그치지 않고 한층 더 강력해진다. 지금까지는 부당지원행위 조사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탈법적 상호출자 조사에도 활용된다.
차명계좌나 해외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이뤄지는 탈법 상호출자를 잡아내려면 금융거래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우회적인 상호출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각국, 일본의 경쟁당국 대부분은 압수수색권 등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거래정보 요구권도 없으면 사실상 조사가 힘들다는 얘기다.
▲반발하는 재계=재계는 공정위 조사권한 확대에 대해 행정조사가 간소화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법당국과 행정기관 중 감사원을 제외하면 조사자료를 봉인조치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며 “공정위가 봉인조치권을 갖게 되면 과잉조사로 치우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행정조사 단계에서 자료 봉인 등 압수수색과 유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잉조사로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현재 보유한 영치권이나 증인 청취 등으로도 충분히 조사를 할 수 있다”며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완화되자 반대 급부로 조사 확대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재계는 앞으로 부처간 협의 및 의견 제출 과정에서 관련 입법 예고안이 철회되도록 기업의 입장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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