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들은 소비자 시각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카드사에 불만을 쏟아낸다. 하지만 카드사 역시 항의를 들으면서도 반복성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곤란함이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신용카드 위변조를 막기 위한 인프라 확충이 늦어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신용카드에 사용되는 마그네틱선(자기띠)은 사용고객의 모든 정보를 담은 중요한 장치지만 30년 이상 사용되면서 보안에 허점이 생겼다. 위·변조 기술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어린아이라도 쉽게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우 카드 위·변조에 따른 손실이 800억원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제가 쉬운 마그네틱 방식의 신용카드를 타깃으로 하는 국제 범죄조직이 상당하고 중국 등 일부 동남아 국가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이달 초 중국 공안당국이 홍콩경찰과 공조해 4명의 카드범죄 조직을 검거한 일이 있었다. 이들이 위조한 카드는 비자, 마스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일본JCB 등으로 4만1000여장에 달했는데 그대로 사용됐을 경우 1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위·변조 카드에 대한 문제가 각종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면서 카드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마그네틱카드를 보안성이 뛰어난 칩(IC)카드로 빨리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칩에 내장된 정보는 암호화돼 있어 카드복제와 위변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칩 카드의 경우 포인트카드, 신분증, 교통카드 기능 등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카드에 삽입해 스마트카드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칩카드의 경우 위변조 문제가 심각했던 말레이시아가 95% 이상을 전환했으며 같은 처지였던 대만도 90% 이상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가들은 칩카드로의 전환을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고 있다. 서유럽의 경우 모든 카드의 90% 이상이 칩카드로 전환이 이뤄진 상황이다. 정부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정책 및 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최근 영국에서는 `아이 러브 핀’(I Love Pin)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가맹점에서는 칩카드의 경우 비밀번호 방식의 결제를 의무화하고 이를 홍보하고 있다. 신용카드산업은 카드발급사, 칩카드 제조사, 프로세싱회사, 카드매입사, 가맹점, 카드소지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칩카드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의 경우 거의 대다수 국가가 칩카드로의 전환을 마쳤고 중동과 남미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최근 칩카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위상에 비해 그리 앞서나가는 상황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2008년까지 모든 카드를 칩카드로 전환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칩카드 전환율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지만 전환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칩카드를 읽을 수 있는 가맹점 단말기 설치 등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칩카드의 확대를 위해서는 칩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 설치를 늘려야 한다.
한국은 여타 국가들과 다르게 밴(VAN·부가가치통신사업자)사업이 활성화된 국가인데 칩카드 활성화에는 밴사업자들의 영세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에는 밴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은행이나 카드사가 직접 칩카드단말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밴업체들이 직접 이 일을 수행해야 한다.
칩단말기 보급을 위해 비자카드는 펀드를 구성해 칩단말기 보급을 지원하거나 국가간 호환을 위해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삼성전자 등 여러 정보기술(IT) 기업의 카드 제조 및 관련기술에 이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또 우수한 기술을 가진 업체들을 선정해 수출 등을 돕고 있다.
/조정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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