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에 걸린 대형유통사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4-17 17: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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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 2차 입찰참여사 모두 우선협상대상자로 관행도, 룰도 없는 까르푸의 상식 밖 매각작업에 대해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불평 한 마디 못하며 굴욕감을 삭히고 있다.

담합이라도 해서 까르푸를 혼내고 싶지만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까르푸를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유통업계의 세력 지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까르푸의 농간에 마냥 끌려갈 수도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수 가격과 국부유출을 우려하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유통업계는 ‘까르푸 함정’에 빠져있다. 한 곳이라도 먼저 툭툭 털고 까르푸를 외면해 버리면 상황은 급반전 하겠지만 서로 눈치만 볼 뿐 나서는 곳이 없다.

◇허탈, 굴욕,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고…”= 지난 14일 저녁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퇴근길 승용차에 오르기 전 기자와 만나 “까르푸 참 재미있죠?”라는 말을 먼저 던졌다. 어이없게도 2차 입찰에 참여한 모든 회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까르푸의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웃음 띤 농담이었지만, 허탈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아직 인수의향은 있겠지요”라고 묻자, 구 사장은 “예. 하지만 워낙 (까르푸가) 지저분하게 나와서 사실상 손 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허탈감과 굴욕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구 사장외에도 적지 않다.

신세계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생각같아서는 항의 서한을 보내고 까르푸 쪽으로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이제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수 후보기업들은 이번 주 까르푸측과 개별적으로 만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으로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도의로 봐도, 국제 관행으로 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어떤 기업도 공식적인 항의를 하거나 손을 뗀다는 곳이 없다. 구 사장이 손 놓고 있다고 말을 해도 신세계가 까르푸 인수전에서 손을 뗄 것 같지는 않다.

◇치솟는 가격·국부유출 “부담되네”= 롯데쇼핑은 까르푸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각 업체에 통보하기 직전까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혔다.

의향서 제출시 가장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로 4개 기업이 모두 지정되자 롯데쇼핑측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롯데그룹 까르푸 인수 태스크포스팀의 한 관계자는 “까르푸가 우리를 농락한 것 아니냐는 내부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롯데측은 인수가로 써낸 것으로 알려진 1조9000억원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4일 리포트를 통해 롯데쇼핑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보고서는 “롯데쇼핑이 까르푸를 최종 인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제는 인수비용”이라며 “롯데쇼핑이 만약 까르푸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한다면 실제 총인수비용은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해 약 2조2000억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실익이 없다’는 게 우리증권 측의 분석이다. 우리증권이 제시한 까르푸의 적정 인수가는 1조5000억원 선이다.

특히 롯데는 까르푸가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양도세를 한 푼도 물지 않고 한국 점포를 매각하면 1조원의 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잇따르는 데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초 상장으로 3조6200억원이라는 거금을 조달한 롯데쇼핑이 개미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까르푸의 배만 불려주는 건 국부 유출 논란을 떠나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래저래 롯데쇼핑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영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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