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막판 경합설에 이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1조8000억원 인수가 제안설이 확산되면서 유통업계가 까르푸 인수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롯데쇼핑, 신세계 등 까르푸를 인수하려는 경쟁사들은 지난 22일 ‘홈플러스 인수 유력설’의 진원지를 확인하느라 정보망을 총동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이들은 홈플러스의 공격적인 ‘프라이싱(인수가격책정)전략’을 인정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홈플러스의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때까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였던 신세계가 ‘홈플러스 유력설’에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구학서 사장이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한 차례 밝힌 뒤 인수추진 과정에 대해서는 일체 ‘노코멘트’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홈플러스 인수 유력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 대상자가 최종 결정되려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며 “언론들이 너무 앞서나가면 까르푸 가격만 올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세계는 여전히 까르푸를 인수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이 언급한 이후 신세계가 까르푸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롯데와 홈플러스간 양자 구도로 인식되던 까르푸 인수전이 신세계 변수로 막판에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실제로는 인수 의사가 없으면서 까르푸의 가격만 올려 경쟁사에 부담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었다.
또 다른 경쟁사인 롯데쇼핑도 ‘홈플러스의 까르푸 인수 유력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롯데의 경우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상 가격 협상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태도가 돌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도파 인수시 경쟁사들이 3000억원 대 선에서 인수가를 제시했지만, 롯데는 그보다 훨씬 높은 5000억원 이상을 불러 전격 인수한 사례가 있다는 것.
롯데쇼핑의 한 관계자는 “까르푸가 인수업체를 공식발표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까르푸 인수의 끈을 최후까지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빅딜’인데다, 포화상태에 직면한 할인점 업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까르푸를 놓치는 건 곧 시장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한 홈플러스 역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실제 1조8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지난해 4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부채가 1조7000억원에 이른다”며 “이런 재무상황으로 볼 때 홈플러스가 1조8000억 원을 들여 까르푸를 인수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가 까르푸 인수전으로 술렁이자 한국까르푸 본사 직원들은 아예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21일 필립 브로야니고 사장이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략이 바뀐 것은 없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했지만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일손을 놓은 채 향후 전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까르푸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까르푸 노조 게시판에는 매각계획에 대해 여전히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회사 측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김경욱 노조위원장은 “오는 25일까지 사측과의 협상을 진행한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26일 하루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내달 1일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까르푸 노조는 오는 26일 하루 파업과 동시에 서울 시내 모처에서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매각관련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서정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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