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는 리히텐슈타인 대표와 안용찬 애경 대표이사가 일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집중투표 결과 현 경영진과 아이칸 연합 측 후보들에게 던져진 표는 각각 52대 48 비율로, 현 경영진 측이 다소 앞섰다.
아이칸 연합은 이날 자신측 후보인 위임장 가운데 대부분을 리히텐슈타인 대표에게 몰아줬다.
아이칸측은 당초 리히텐슈타인 대표, 스티븐 울로스키 변호사, 하워드 로버 벡터그룹 대표 등을 추천했었다.
KT&G 현 경영진측은 당초 일반 사외이사 후보로 안 대표와 김병균 대한투자증권 상임고문을 추천했으나 표결에서는 안 대표 쪽에 힘을 실어줬다.
이밖에 감사위원 선임, 재무제표 승인,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전시 대덕구 평촌동 KT&G 인력개발원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주총은 오전 10시10분부터 12시40분까지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KT&G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아이칸측 사외이사 1명을 일찌감치 수용한 경영진 측 전략의 승리”라며 “경영진은 사외이사 자리를 하나 양보하는 대신 주주들의 마음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이사회 안팎 협공
리히텐슈타인 대표의 KT&G 이사회 입성으로 향후 아이칸측의 이사회 장악 시도가 한층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내걸었던 ▲한국인삼공사 상장 ▲보유 부동산 처분 ▲바이더웨이, 영진약품, YTN 등 비핵심 자산 매각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 확대 등이 주요 요구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압박이 강해질수록 KT&G의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더 위협적인 것은 이사 추가 선임을 통해 이사회 내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가 구체화되는 경우다.
그동안 리히텐슈타인 대표와 스틸파트너스의 전력을 보면, 이사 1명 입성 후 지속적으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는 전략을 즐겨 써왔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1년 리히텐슈타인 대표가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로 선임된 뒤 꾸준히 이사 추가 선임을 추진해 결국 이사회 의장 자리까지 꿰찬 것이 단적인 예다.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지난달에도 자신이 이미 이사로 있는 칸자스 주의 굴착업체 레인 크리스티센을 상대로 자신측 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하겠다며 공격을 재개했다.
특히 곽영균 사장과 김충섭, 이경재, 차선각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가 예정된 내년 3월 주총이 KT&G 경영권의 향배를 결정 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단 주총을 통한 이사회 추가 진출 뿐 아니라 기존 사외이사에 대한 포섭에 나설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사회의 절반만 확보하면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자격을 활용, KT&G의 내부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외부에서는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어떤 수순을 밟든 1년 이상의 장기전은 불가피하다.
반면 공개매수 추진에 이어 적당한 수준에서 휴전 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 스틸파트너스가 지난 2004년 10월 우주항공 방위업체 젠코프(GenCorp)에 대해 주식 전량 공개매수에 실패한 뒤 ‘상호불가침 협정’을 맺은 것이 이 같은 예다.
주가가 조금 더 오르면 곧장 팔고 떠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03년 일본에서 유시로화학(금속가공유제 제조)과 소토(모직물 염색)를 상대로 공개매수를 시도한 뒤 주가가 오르자 팔고 떠난 것이 이 같은 사례다.
한편 KT&G 현 경영진 입장에서는 아이칸 측 이사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자사주 매각 등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되는 안건이 상정될 경우 결사 반대하고 나설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
현 경영진측은 필요할 경우 다수결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이칸측이 주주로서 임시주총 소집 청구권까지 쥐고 있다는 것이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번 외국인 이사의 입성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60%에 이르는 기업으로서 구색을 갖춰다는 평가 정도가 현 경영진의 유일한 위안거리다.
◆리히텐슈타인은 누구?
리히텐슈타인 대표는 올해 41살 나이에 일찌감치 미국 ‘2세대 기업사냥꾼’의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인물이다.
미국 우주항공 방위업체 젠코프와 굴착업체 레인 크리스티센 등을 공격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일본의 유시로화학과 소토를 공격해 일본 상법 개정 논란에 불을 붙인 것도 리히텐슈타인 대표다. 칼 아이칸과는 지난 1월 KT&G 공격을 위해 손을 잡았다.
현재 첨단군사장비 제조업체 유나이티드 인더스트리얼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기업 안젤리카에 대해서도 공격을 진행 중이다.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며, 아이칸과 마찬가지로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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