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글로벌화하면서 해외 현지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고임금과 노사문제, 각종 규제를 피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경우도 적지 않아 국내에서 창출돼야 할 일자리를 그만큼 해외로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 중공업, 화학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분야의 해외 현지채용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그 증가속도는 물론 채용규모에서도 국내채용을 따라잡은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해외 현지공장이나 법인 확장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국내고용 정체-해외고용 급증’ 현상이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법인인 현대모터스아메리카(HMA)를 비롯한 17개 해외법인인력이 전년 말 대비 39.4%, 2800여명이 늘어난 반면 국내 고용인력은 1600여명, 3.2% 증가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아직 국내 고용인력이 해외인력보다 훨씬 많지만 올해도 국내공장 증설은 이뤄지지 않고 해외공장 증설만 가속화될 예정이어서 이런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기아차도 동유럽 슬로바키아 공장 건설 등으로 올해 해외 현지법인 인력이 지난해보다 2500여명, 19%나 늘어나는 반면 국내 채용규모는 1000명 미만으로 이에 훨씬 못 미칠 전망이다.
SK케미칼도 지난해 10월 폴란드 PET칩 생산공장 착공으로 인해 현지 엔지니어 70명을 고용하는 등 지난해 전체 채용인원 130여명중 54%에 해당하는 인력을 해외에서 채용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국내에서 대졸신입사원 6700명을 신규채용한 반면 중국에서만 대졸 및 일반직원을 합쳐 9000명을 신규채용했으며 나머지 동구권이나 미주지역에서도 채용이 상당수 이뤄졌다.
삼성은 올해 중국에서 대졸신입직원만 3000명정도를 채용할 예정이어서 해외 현지채용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업계는 최근 수년새 해외공장 증설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전체 해외인력이 국내 고용인력보다 많은 ‘고용 역전’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LG전자는 폴란드 디지털TV공장, 중국 난징(南京) PDP공장 등 글로벌 생산거점이 늘면서 지난해 해외 전체인력이 3만3000명에 달해 2만7000여명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인력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연간 채용규모도 해외현장이 3866명으로 2071명에 그친 국내채용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70~80년대 인력수출을 통해 고용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해외건설도 90년대 중반부터는 해외 현지인력에 거의 의존하는 상황이다.
국내인력의 급여수준이 높아지면서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데다 공사를 발주하는 해당국가 정부도 자국 내 고용 증대를 위해 현지인력 채용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요즘에는 대규모 해외건설공사를 수주해도 현장소장과 핵심기술자 등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파견하는 인력이 거의 없다”며 “해외건설의 국내인력 고용창출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면서 해외인력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산업공동화를 동반한 국내고용 감소는 경제 전반의 활력을 잃게 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고용 인센티브 등을 통해 국내고용 창출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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