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대란 장기화’ 원청·하청업체간 갈등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3-15 18:3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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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가 인상협상 난항 자재대란이 조기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산업현장 곳곳에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1차적 피해를 보고 있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납품가 인상을 통해 그 손실을 보전받고 싶어하지만 원청업체들은 좀처럼 납품가 인상을 허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건설, 전자 등 각 산업분야에서 납품가 인상을 둘러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갈등이 커지면서 대정부 건의나 조업중단 등 ‘실력행사’까지 벌어지는 모습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이 부품업체들과 납품가 인상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500여개에 달하는 1차 부품업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결국 완성차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되므로 소폭 인상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은 납품가격 인상폭이 원자재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납품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 이어진다며 상당폭의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자재 구입난으로 납품량도 줄고 공장가동률도 크게 저하된 상태여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도 위기까지 몰린다는 항변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들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실력으로 이를 관철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소 주물업체 30여개 업체는 납품단가 현실화를 위한 `상징적 실력행사’ 차원에서 지난 8일 하루동안 현대·기아차 납품을 중단하기도 했다.

또 차 부품업계 300여곳으로 이뤄진 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최근 산자부에 건의문을 보내 “완성차업체들이 원자재가 인상에 맞춰 납품가격을 현실화 할 수 있도록 당부해 달라”며 정부당국에 호소하기도 했다.

16일에도 철강 관련 자동차부품업체 조합들이 모여 원자재 가격인상에 따른 단가 현실화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나타난 철근 수급난이 이달 들어 더욱 심각해져 건설현장에 쓰이는 철근 가격이 폭등 양상을 보이면서 건설 분야에서도 원청-하청업체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철근 가격(10㎜ 기준)은 지난해까지 t당 40만7000원이었으나 올들어 세차례나 가격이 인상되면서 t당 53만원까지 뛰어올라 두달새 무려 33%나 가격이 상승했으며 H형강 등 다른 건설용 철강재 가격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에 따라 철근이나 H형강이 많이 쓰이는 기초공사나 철골 구조물공사를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철근 가격의 폭등을 도급계약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철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대형 건설업체들의 하청업체 중 수익성 악화로 부도가 나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며 도급계약액을 철근가격 상승분만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급공사를 발주하는 조달청이나 하청업체에게 전문공사를 맡기는 대형건설업체들은 당장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구매담당자는 “대형업체들도 대부분 시행사와 맺은 도급계약액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문건설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주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도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2차전지나 PCB, 전해콘덴서업계의 경우 원자재 가격의 폭등세로 부품업체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일부 세트업체들은 오히려 납품단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어 부품업체와의 갈등이 커가는 실정이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납품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하청업체들이 상당한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며 “하지만 원청업체들도 경기침체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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