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발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9일 검찰에서 7시간30분여동안 조사받고 귀가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오후 9시26분께 검찰 조사를 마친 뒤 '2년 전 발언에 대해 후회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후회한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이어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제 자신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유족분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선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다만 '검찰에 차명계좌 관련자료 제출했나, 차명계좌를 알게 된 경위는 소명했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인데 제가 여러가지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백방준)는 조 전 청장을 상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차명계좌 발언을 한 경위가 무엇인지, 어떻게 정보를 입수했는지,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있는지 여부 등 차명계좌의 존재에 관한 진위에 초점을 두고 집중 조사했다.
이에 앞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 내부 워크숍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 8월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노무현 재단은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청장은 이날 검찰조사에서 차명계좌의 존재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며 당시 상황을 토대로 정보 입수 경위와 자료 출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나 유가족에 대한 개인적 감정이나 악의성을 갖고 고의로 거론한 것이 아니라 경찰 지휘관들에게 도덕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사례를 제시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청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법리적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찰은 우선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물이나 차명계좌를 거론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 기초 사실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필요에 따라선 대검 중수부에 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자료를 요청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차명계좌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조 전 청장이 당시 정황상 충분히 신뢰할 만한 정보나 자료를 토대로 한 발언일 경우 형사처벌은 힘들 수 있다고 검찰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조사는 영상녹화실에서 이뤄졌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 수사자료를 볼지 여부는 조 전 청장의 진술을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이날 오후 1시53분께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된 심경'과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를 앞둔 단계에서 여러가지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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