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들과 도저히 함께 못 살겠어요."
아들과 함께 살던 김 모(76·여) 할머니는 최근 노인 학대 임시보호 센터에 입소했다.
술만 마시면 의자를 던지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아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기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김 할머니의 악몽같은 날들이 반복됐다.
김 할머니는 아들의 온갖 협박과 상습적인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직접 경찰서에 아들을 신고했다.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러 죽인다고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아들을 피해 방문을 잠가 놓으면 문짝까지 부수려고 하고 도저히 무서워서 같이 못 살아요."
최근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폭력 등에 시달리는 노인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복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신체적 고통 뿐만 아니라 치매와 같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신체적·정서적 학대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노인 학대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5076건으로 2007년 3805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언어·비언어적 행위를 통한 정서적 학대가 1981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와 방임이 각각 1304건, 891건으로 뒤를 이었다.
노인 학대 행위자 유형으로는 아들(48.4%)이 가장 많았고, 딸(12.7%), 배우자(10.0%), 며느리(8.4%)순으로 가족에 의한 학대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학대 피해자 3068명 중 저소득층 이하는 1883명으로 중산층 이상(1182명)보다 높았고,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경우 71.8%를 기록해 고졸 이상(12.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 발생빈도는 '일주일에 1회 이상' 35.4%, '거의 매일 발생한다' 26.7%, '1개월에 한 번 이상' 20.0% 순으로 나타나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학대 행위자가 가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노인들이 학대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건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노인보호기관 등에서 노인 학대에 대한 상담과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노인 학대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받는 노인들의 대부분 무엇보다 자식에게 버림받았다는 마음의 상처가 깊다"면서 "혹시나 자식에게 피해라도 갈까봐 학대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보호소로 가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노인 학대 문제를 남의 가정사 문제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회적으로 노인 학대 행위자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와 교육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학대 받는 노인들의 의료지원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진 건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학대 예방사업을 장기요양보호서비스 이용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건보공단과 협조해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요양보험 등급 신청 및 재심사시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노인 학대와 관련한 항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환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는 "피해노인이 학대사실을 숨김으로써 신체적, 정서적 고통이 지속되다 보니 우울, 자포자기에서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 노인 자살률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볼 때 노인학대와 자살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의료인들, 특히 학대의 결과 발생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의료현장에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의사들의 문제의 인지와 신고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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