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에서 학부모 불법 찬조금 조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부터 계속 해왔다'는 명분 아래 학부모들은 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의 임원이 되면 자연스레 수십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으며 교사들은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다.
서울 D중학교는 지난해 학부모회 임원 15명으로부터 3066만원의 불법찬조금을 모금해 임원수련회 간식비, 학교 화단 가꾸기, 외부인사·학부모 대상 출장뷔페 식사 제공 등에 사용했다가 최근 시교육청 감사 결과 적발됐다.
D중은 학교 바자회를 위해 총학부모회 주관으로 32개 학급 각반 임원단이 학급당 30만원씩을 갹출, 960만원의 불법찬조금을 모아 바자회 경비로 전액 사용하기도 했다.
J고는 지난해 3월 학교행사 지원 및 학생 간식비 명목으로 학년별 학부모회 임원 1인당 30만~100만원씩 할당해 35명으로부터 불법 찬조금 1600만원을 조성했다.
올해 3월에도 같은 명목으로 학년별 임원에게 1인당 50만~100만원씩 할당해 1410만원을 조성, 개교 기념식 행사 화분구입비 등에 사용했다가 교육청 감사를 받자 남은 돈을 학부모들에게 반환했다.
K고는 올 3월 학부모회에서 임원 1인당 적게는 12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씩 할당해 35명으로부터 총 997만원을 조성했다.
같은 재단인 K여고 역시 학부모회에서 학교행사 지원 및 자체모임 경비 등의 명목으로 1인당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110만원씩 할당해 임원 16명으로부터 총 610만원을 모아 개교기념식 떡, 화환구입비 등으로 집행했다가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같은 불법적 관행은 계속 있어왔지만 그냥 묵인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곽노현 교육감 체제가 들어서면서 엄중히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니 학부모들의 제보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보는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으며 학교에 가서 조사해보면 대부분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자발적 활동이라며 모른다고 발뺌하지만 학교 행사에 돈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교사들이 모를수는 없다. 그냥 묵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손충모 부대변인은 "학부모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아 불법 찬조금 비리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학부모회가 공식적으로 학교 운영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이런 불법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부대변인은 "학부모회가 학부모들의 자발적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학교장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간부교사가 비공식적으로 업무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교사들은 학부모회의 지원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한데 일부 부장급 간부 교사들이 (학부모회를) 관리하다보니 학교 내 문제 제기가 애매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근본적인 원인은 학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학교 시설이나 비품 등에 충분한 예산 지원이 되면 학교가 학부모에 손 내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아직 우리 사회 분위기상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를 맡긴 학교의 상황이 열악하면 돈을 내서라도 시정하고 싶어한다"며 "이를 학교가 단호히 거부해야 하지만 재정적인,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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