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정부의 갈팡질팡한 정책 때문에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소비자들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제조업자가 아닌 최종 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표시하는 '오픈프라이스(open price)제도'를 라면과 과자 등 4개 가공식품에 대해 확대 적용했다.
제조업자의 일방적인 가격 책정을 차단하고 유통업체간 가격경쟁을 유도해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오픈프라이스제도를 통해 라면·과자·빙과류·아이스크림 등 4개의 가공식품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유통업체간 경쟁을 통해 가격의 하락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오히려 가장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판매자간 가격 경쟁 촉진과 가격 인하 효과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편법적인 가격 인상과 판매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2~3배까지 나는 등 소비자 혼란과 불만이 거세지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정부는 지난 1일 라면과 과자 등 4개 가공식품을 오픈프라이스제도 적용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이 제도는 문제가 있으면 시정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고 도입했다"며 "가격 편차에 따라 국민의 부담이 누적되고, 일부 편법 가격인상 사례도 있고 해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A대형마트.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시민들은 높은 물가가 부담스러운 탓인지 가격표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물건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제외된 품폭 가운데는 여전히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은 물건들이 수두룩했다. 제외된 품목을 파는 코너에서는 물건을 들었다 다시 내려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트를 찾은 시민들은 정부의 허술한 정책 때문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별다른 준비없이 4개 품목을 제외시킨다는 발표에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부 김모(43)씨는 "마트에 나와 보니 오픈프라이스제도에서 제외한다는 품목 4개 중에 아직도 권장소비자 가격이 제대로 표시가 안 된 물건들이 수두룩하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정책을 발표한 정부 때문에 소비자만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최선경(26·여)씨는 "오픈프라이스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물가도 가파르게 상승했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됐는데 책임지는 기관이 하나도 없다"며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정부 정책을 어느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이번에 제외된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은 갑작스러운 정부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채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고 아무런 논의나 준비없이 일방적인 정부 정책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전 제품 포장지에 가격표시를 빼기 위해 추가 비용이 들여 라인 공사를 했는데 불과 1년만에 또다시 돈을 들여 다시 라인을 바꿔야 한다"며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곧바로 권장 소비자 가격을 시행하라는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에게 왜 권장소비자가격이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느냐는 항의를 받고 있다"며 "빙과류 등 성수기 품폭들은 이미 최대한 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이를 소진하기 전까지는 권장소비자가격에 표시된 품목을 들여놓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빙과류는 이미 가격 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많이 낮은 상태에서 권장 가격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정부가 국내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자들의 부당한 가격설정 등을 견제할 수 있는 가격감시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물건의 할인율을 권장소비자가격 표시제를 통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공급자와 판매자들이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시민단체 등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자들이 부당한 가격설정을 하지 못하도록 가격감시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정부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통가격정보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뉴시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로컬거버넌스] 서울 성동구, 오는 5~11일 ‘크리에이티브×성수’](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29/p1160278974669698_618_h2.png)
![[로컬거버넌스] 순천시, ‘사람 중심 교통도시’ 조성 박차](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28/p1160278683908669_561_h2.jpg)
![[로컬거버넌스] 경기 고양시, 민선9기 철도 공약사업 속도](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22/p1160278538238901_471_h2.jpg)
![[로컬거버넌스] 영광군, 특산품 산업 전환 시동](https://simincdn.iwinv.biz/news/data/20260921/p1160279549312405_637_h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