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해 온 삼성그룹에 처음으로 자율 노조가 탄생했다.
지난 13일 삼성에버랜드 직원 4명은 ‘삼성 노동조합’이란 이름으로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조직 대상은 삼성그룹 관계사를 포함한 협력업체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노동조합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삼성 에버랜드 소속 박원우 씨와 조장희 씨가 각각 선출됐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은 상근 지도위원으로 위촉됐다.
삼성 노동조합은 아직 상급 단체를 정하지 않았지만 추진 단계에서부터 민주노총의 직ㆍ간접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민주노총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신고필증은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18일 이전에 교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노조측은 일단 4명으로 출발했지만 그룹 관계사와 협력사 등에서 추가 조합원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자율노조의 탄생으로 일각에서는 그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삼성에 자율 노조가 생기면서 변화의 바람을 불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간 삼성은 노조가 없는 회사이기도 했지만, 이는 노조가 필요 없는 회사로도 해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직원들이 불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해결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는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정밀화학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에스원 △신라호텔 △에버랜드 등에 노조가 이미 설립돼 있으며, 이번 삼성 노조를 포함하면 총 9개가 된다.
한일투금 당시부터 이어온 삼성증권 노조와 이번 삼성 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노조는 사측의 의지로 만들어지거나 우호적인 노조들이다.
따라서 이번에 설립되는 삼성 노조가 교섭권을 갖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 그룹 내에서 노조원을 확보하기가 쉽지도 않은데다 노조가 우선 교섭권을 갖기 위해서는 과반수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되기 때문이다.
삼성측 역시 아직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에버랜드 내에서 생긴 노조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룹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조합이 힘을 얻으려면 조합원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와 근로조건이 다른 각 그룹 계열사들의 직원들이 조합원으로 합류한다면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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