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생긴지 한달도 안된 '금연광장'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3월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광화문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간접흡연 피해방지조례'를 공포한 뒤 계도활동을 벌여왔다. 이어 이달부터 본격적인 흡연 단속에 나서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해 왔다.
시민건강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지정된 금연광장은 이달 중순까지만해도 대대적인 언론홍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맞물리면서 순항하는 듯했다. 담배를 피다 걸린 이들은 20명선을 밑돌았다.
과태료가 과하다는 비판이 따르긴 했지만 도심 광장에서 담배연기가 사라지자 시민들이 더 반겼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광장을 찾은 부모들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은 지난 22일 일순 바뀌고 말았다.
전국건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집회가 열린 이날 오후 서울광장은 끽연가들의 천국으로 돌변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상경한 노조원들은 금연구역이라고 표시된 플래카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일제히 광장 안팎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이날 오후 6시께 노조원들이 버린 수백개의 담배꽁초는 비바람에 휩쓸리면서 광장 이곳저곳을 휘저었다.
서울광장이 금연광장으로 지정된 지 한달도 안돼 흡연광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서슬 퍼런 단속을 벌이던 서울시는 이날만큼은 단 한건의 과태료도 부과하지 못했다.
형평성 문제에도 불과하고 서울시가 단속에 나서지 못한 사정은 무엇 때문일까.
서울시는 현재 각 부서에서 공무원들을 각출해 광장과 연결된 횡단보도 주변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흡연사실을 발견하면 신분증 확인을 거쳐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22일처럼 대규모 집회가 열리고 수천명이 운집하면 흡연자를 발견하더라도 단속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무원들이 담배 피는 노조원을 단속하려 하면 군중심리에 의해 일순 주변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신분증 확인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사전에 금연광장 지정 사실을 알지 못한 노조원들의 반발이 더 심하다고 한다.
서울시는 집회 당일 낮부터 15명의 단속요원을 투입, 계도활동에 나섰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노조 지도부에 사정을 설명해 안내방송을 해도 노조원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집회 주최측에 과태료를 물게 하는 방법은 묘안이 될 수 있을까.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과태료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것"이라며 "(대규모 집회시)담배를 핀 개인을 특정해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과태료 부과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권력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 관리에 나선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경찰도 담배 하나 때문에 집회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서울시가 믿는 것은 오직 계도와 노조원들의 성숙된 시민의식 뿐이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백대현 계장은 "조례도 국가법에 의한 것인데, 반드시 지켜야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적극적인 계도를 해서 금연광장임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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