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을거라는 우려 때문인지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고 요즘 같으면 죽을 지경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방사선 오염에 대한 우려와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심리적 위축까지 더해져 일본 음식 식당 업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9일 서울 마포구 A참치전문점. 평소에 30분 넘게 줄을 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있는 식당이었지만 한창 붐벼야 할 점심시간에도 식당안에는 빈 자리가 남아 돌았다.
20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진성(62)씨는 "일본지진이 발생한 지난 11일부터 손님이 줄더니 이제 밤이되면 손님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방사선 오염에 따른 심리적 위축 때문인지 떨어진 매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손님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메뉴판마다 '중서부 태평양 지역에서 잡아 올린 참치만 사용', '생태탕은 러시아산 생태만 사용'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원산지 표시가 강조된 대형 안내판을 새로 제작해 식당 곳곳에도 붙여 놓았다.
직장동료들과 이 곳을 찾은 최일권(48)씨는 "10년 가까이 다닌 단골집이라 사장님을 믿고 동료들과 함께 찾았다"며 "원전사태이후 국내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근 참치전문식당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업주들에 따르면 경기 불황 여파로 손님이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어온 식당들이 일본 원전사태탓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매출이 감소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같은시간 마포역 인근 B참치전문점에는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빈 테이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44)는 "요즘 손님이 워낙 없다보니 원가 절감 차원에서 불을 꺼 놓았다"며 "원전사태 여파와 식자재 값이 뛰어 종업원 2명을 내보냈지만 이번달에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본산 생태만 취급하는 생태전문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값 비싼 국내산 생태를 구할 수 없는 식당들은 러시아산 생태나 명태 생태 등으로 대체를 하거나 아예 메뉴에서 빼버린 경우가 많았다.
문을 연 식당 안에는 잡담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종업원들만 있을 뿐 손님들은 보이지 않아 싸늘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심지어 '임시휴업'이라는 안내판을 내걸고 문을 닫아버린 식당도 더러 눈에 띄었다.
C생태전문점을 5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훈실(46·여)씨는 "국내산 생태의 경우 공급량도 적고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규모가 큰 식당이 아니면 쓰기 힘들다"며 "원전사태 이후에는 일본산 생태를 도저히 쓸 엄두가 나지 않아 현재는 명태나 동태로 대처하고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생태를 공급하는 도매업체 따르면 시장에서 일본산 생태는 원전사태가 이전에는 20마리 한 박스 기준으로 6만~8만원정도 했던 가격이 현재는 2만~3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주문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물량이 방치되고 실정이다.
D생태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일자(58·여)씨는 "손님들이 오자마자 생태가 '일본산이냐'고 묻는다"며 "일본산이라고 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길을 돌리는 탓에 올해 장사는 사실상 끝났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은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점심시간의 즐거움보다는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우려로 점심 메뉴를 선택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강혜원(33·여)씨는 "매일 점심을 밖에서 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요즘 화두는 안전한 먹을거리"라며 "일본 원전사태 이후 일본산 먹거리 특히 수산물의 경우에는 가급적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은 서국한(40)씨도 "원전사태 탓인지 일부러 점심 약속이 있다며 빠지거나 개인적으로 도시락을 싸오는 직원들이 늘었다"며 "일본 원전사태 이후 적당한 메뉴를 고르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이날 모든 일본산 축산물과 수산물을 수입 건별로 정밀검사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사전 대응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 25일 후쿠시마와 지바현 등 4개 현에서 생산되는 채소류와 원유 수입을 잠정중단한데 이어 일본에서 수입하는 모든 농축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물질 잔류 기준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사고지역 수산물은 수입 전량을 매번 전수 조사하고 다른 지역도 검사 시기를 1주일로 앞당겼다. 최근 원자로 배수작업으로 후쿠시마 인근 바다의 방사능 오염이 심해지면서 수산물의 검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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