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地 남편 두고오니 가슴 먹먹"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11-25 13: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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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포' 소리만 나오면 철렁…아이들 생각해 뭍으로 나와""" 연평도 군인 부인 탈출의 辯

"연평도를 탈출해서 좋으냐구요? 남편 혼자 사지에 남겨두고 나오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탈출 소감치고는 애절했다. 연평도에 사는 김아영씨(가명·34)의 남편은 직업 군인이다. 남편은 포탄이 날아다니는 연평도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지에 내몰리던 그날, 남편은 "아이들을 생각해 먼저 뭍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김씨 역시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 말을 따랐다.

물론 마음 한 켠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간절함도 있다. 인천항에 도착한 김씨는 그 때부터 불편한 심정을 감수해야만 했다. 뉴스를 볼때면 침이 마를 정도로 긴장이 됐다. 뉴스에서 나오는 '포' 소리만 들어도 가슴은 철렁였다. 오늘만해도 수십번째다. 괜히 나왔다 싶은 마음도 든다고 했다.

"아이들을 생각해 안전한 뭍으로 나왔지만 연평도 관련 뉴스를 볼때면 항상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사람들이 안전한 곳에 나와서 편하냐는 질문을 할 때가 가장 가슴이 저려요. 미안한 마음도 들고요."

김씨의 주변에는 직업 군인의 부인들이 많다. 연평도에 사는 주민의 절반가량이 군인인 탓이다. 현재 머물고 있는 인천 중구의 임시 숙소에도 군인의 부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인천에 연고가 없는 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추가 포격 소식이 없다는 점은 그들에겐 유일한 희소식이다.

이진희씨(가명)의 남편 역시 연평도 해병대 소속 직업 군인이다. 포탄이 떨어지던 그때, 남편에게 "먼저 나가라"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아이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나서는 펑펑 울었다.

이씨는 "남편의 직업이 군인이라 이름을 말할수 없지만 아이들을 위해 이곳으로 나왔다"며 "사지에 내몰린 남편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 처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지만, 그때의 공포를 여전히 느끼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언론에 비친 연평도 사건을 접할때면 가슴이 저민다고도 했다.

김아영씨는 "현재 군인들이 잘못해서 전쟁이 난 것처럼 매도가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먼저 민간인들을 공격한 것은 북한군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은 우리들의 남편"이라고 말했다.

이진희씨도 "남편 뒤에 아내들과 토끼같은 아이들이 버티고 있는데 대충 전투를 치를 가장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한 뒤 "각종 언론과 정치인이 제기하는 의혹은 전투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의 편협한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직업군인의 부인들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연평도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지수씨는 "직업 군인의 부인들과 대화를 할 때는 조심조심 말하는 편"이라며 "친구들이 걱정을 할까봐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고 있으며 무섭더라도 표현은 참고 있다"고 했다.

연평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진석(가명)씨는 "포탄이 날아들던 참혹했던 그날에도 방공호에 바람이 들어갈까 비닐 종이로 출입구를 막아주던 아들같은 군인들이 생각난다"면서 "연평도에서 군인들은 단골이자 아들, 든든한 군인이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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