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남 고흥경찰서에 따르면 고흥군 남양면 망주리에서 거주하는 A씨(76·여)가 지난 16일 새벽 남편 B씨(83)을 각목으로 수십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까?
A씨가 남편과 결혼한 시기는 꽃다운 나이 20세. 하지만 술을 마신 남편의 폭력에 A씨가 생각했던 신혼의 단꿈은 산산히 조각났다.
이후 첫째 딸을 낳고 둘째 딸을 낳고 내리 7명의 딸을 낳으면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자'가 된 A씨는 남편의 폭력에 숨죽여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31년 전 아들을 낳았으나 습관화된 남편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시절 '매 맞는 아내'가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는 생각에 A씨는 남편의 폭력을 묵묵히 몸으로 받아들였다. 일종의 체념인 셈이다.
특히 A씨는 7년여 전 둘째 딸을 저 세상에 먼저 보내야하는 아픔까지 겪어야 했다.
남편은 최근 신체 일부가 썩어들어가는 버거씨병으로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는 병원 진단을 받고도 막무가내로 퇴원했다.
다리가 불편한 상태에서도 남편의 폭력은 끊질기게 A씨를 괴롭혔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마을 주민들은 몸에 상처를 달고 있는 A씨를 목격했다.
그러나 남편의 폭력에 면역력이 생겼을 것이라는 주위의 인식은 빗나갔다.
지난 16일 새벽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는 남편이 또 다시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A씨의 생존 본능이 평생 동안의 체념을 앞선 것이다.
A씨는 집안에 있던 각목으로 남편을 수십차례 폭행했고 남편이 숨을 거둔 뒤에야 제 정신을 차렸다.
자식 모두를 출가시킨 후 남편과 함께 생활했던 A씨는 "남편 가는 것(장례식)도 보지 못하고 교도소에 가게 됐다"며 한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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