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법원에 따르면 형사 재판부는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해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처벌한 반면, 민사 재판부는 '살인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2008년 12월 혈중알코올 농도 0.133%의 상태로 운전하다 차량이 빨리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와 시비가 붙었다.
말싸움 도중 A씨는 B씨에게 '술 냄새가 나니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이야기를 들고 음주운전 사실을 들킬까봐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B씨는 차량 본네트에 매달린 채 와이퍼를 붙잡고 버텼다.
A씨는 B씨를 떨어뜨리기 위해 빠른 속도로 차량을 몰았고, 결국 B씨를 아스팔트 도로에 떨어져 숨졌다.
사고 이후 B씨 유족들은 '계약자의 고의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다'는 보험사의 규정상 보험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 A씨를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처벌해줄 것을 수사기관에 요청했다.
이에 애초 살인죄로 입건됐던 A씨는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3월 형사재판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아 항소심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B씨의 유족은 '1억1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A씨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씨가 고의적으로 B씨를 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A씨의 책임범위를 75%로 제한한다"며 보험사에게 75% 책임 범위로 B씨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민사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20부(부장판사 장석조)가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에게 '고의성'이 포함된 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고속으로 운전 중인 자신의 차량에 매달린 B씨가 떨어졌을 때 숨질 수 있다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도로에 떨어진 B씨를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한 점 등을 고려할 때 B씨를 사망케 할 고의가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가장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는 반면, 민사재판판의 경우 '증거의 우위'라는 보다 낮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한다"며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그 입증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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