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전공노 수사 '용두사미'로 끝나나

김영복 / / 기사승인 : 2010-02-21 17: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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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합원들 민노당에 당비·후원금 납부사실 확인… 금주 검찰 송치 '핵심' 하드디스크 확보 못해 당원 가입 여부 못 밝혀 사실상 부실수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조합원 정치활동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종결될 전망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9일 "다음 주부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조합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한 뒤 검찰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간 소환 조사와 압수수색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한 결과, 조합원들이 민주노동당에 당비 또는 후원금을 납부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조합원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핵심자료가 담긴 것으로 알려진 하드디스크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조합원들의 당원 가입 여부를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사실상 부실수사로 사건을 마무리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국선언에서 민노당까지 확대

경찰은 지난해 7월 시국선언과 관련해 전교조와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전교조와 전공노 일부 조합원이 민노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고 매월 1만원~수십만원의 당비 또는 후원금을 납부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달 25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4~7일 수사 대상자인 조합원 292명의 투표 참여 여부 등 구체적인 정당 활동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민노당 투표사이트 서버를 관리하는 S사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KT 인터넷데이터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경찰은 292명 중 120명이 투표사이트에 로그인했던 기록을 확보했다. 하지만 민노당 오병윤 사무총장과 윤수근 홍보실장, 이승헌 대외협력실장 등 3명이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하드디스크 19개를 미리 반출함에 따라 이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하드디스크에 조합원들의 당비 납부 내역과 당내 투표 기록 등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 사무총장 등 3명에 대해 증거인멸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3명이 민노당 당사 내에 머물고 있어 반출한 하드디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는 이어 민노당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민노당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계좌를 통해 174억원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자동계좌이체(CMS)의 출금 내역을 통해 174억원 중 5800여만 원이 조합원들이 입금한 후원금 또는 당비인 정황을 포착했다.

아울러 경찰은 174억원 중 55억원이 선관위에 등록된 민노당의 공식 계좌로 빠져나갔으며, 3년간 총 6억원이 당시 민노당 국회의원 9명의 후원회 계좌로 유입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은 "당원을 가입한 사람도 없고 공무원이 당비를 납부한 사례도 없다"며 "선관위 미신고 CMS계좌는 행정상 오류로 누락된 것이므로 선관위의 행정 처분을 받겠다"고 해명했다.

◇당원 가입 여부 확인 못한 경찰

경찰은 현재까지 조합원들이 민노당에 당비 또는 후원금을 낸 사실은 확인했으나, 이들의 당원 가입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19일까지 수사 대상자 292명 중 245명이 경찰의 소환 조사에 응했으나 이들은 모두 묵비권을 행사했다.

또 경찰은 지난 16일 조합원들의 당원 가입 및 탈퇴 시기, 활동 여부, 기부 금액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에 민노당 당원 명부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관련법을 근거로 경찰의 의뢰를 거절했다. 정당법 제24조의 3항은 범죄수사를 위한 당원 명부 조사에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경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입증하려고 했던 혐의는 조합원들이 국가 공무원 또는 교직원 신분으로 특정 정당에 가입한 상태에서 당비 또는 후원금을 냈냐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당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후원금을 냈다고 주장한다면 당원 가입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는 빠지고, 당비 납부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경찰은 당원 가입 여부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하드디스크 압수에 실패하고 선관위로부터 당원 명부 확인 요청을 거절당하면서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결국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다음 주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자료 정리를 한 뒤 사건을 차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과 전공노 양성윤 위원장도 각각 25일과 26일 경찰에 출석할 뜻을 밝힘에 따라 292명 전원에 대한 소환 조사도 마무리된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건넨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를 정치활동으로 판단했다"며 "당원 명부를 확보하지 못해도 기소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은 검찰로, 수사 확대 가능성도

미진한 상태로 남은 경찰의 수사가 송치됨에 따라 공은 검찰로 넘겨지게 됐다.

검찰은 경찰 수사만으로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시했지만, 조합원들의 당원 가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음에 따라 검찰에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일부에서는 송치가 앞당겨진 이유가 수사 보안사항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차질이 빚어지는 등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검찰의 판단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조합원들을 다시 소환하고 당원 명부와 투표 내역 등의 확보를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을 넘겨받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민노당 CMS 계좌로 당비와 후원금을 낸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에 기소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에 자신감을 내비쳤으나, 조합원들이 당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후원금을 납부했다고 주장하면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향후 검찰 수사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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