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재갈 물린 '수사공보준칙'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1-21 18: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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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권보호 핑계 취재 제한… 기소권 수사내용 공개금지 법무부가 20일 발표한 '(검찰) 수사공보준칙'이 '인권보호'라는 허울아래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준칙에 따라 향후 검찰은 기소 전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할 수 없다. 피해 확산 방지가 필요할 경우 등 예외를 두기는 했지만 검찰의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 아래 결정될 공산이 크다.

브리핑이 필요한 경우에도 구두브리핑은 사안이 복잡해 문답식 설명이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실시된다. 이 같은 규정 역시 검찰의 입맛에 따라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공보준칙이 사실상 발효된 상태였던 전날, PD수첩 무죄에 대한 검찰의 브리핑을 보면 문제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검찰로서는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브리핑을 진행했던 검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은 왜 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날선 질문에 "기자들의 문의가 많았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문제는 주요 사건에 대해 기자들은 언제나 브리핑을 통한 공개적 설명을 요구해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검찰은 '원칙'을 강조하며 대부분의 요구를 묵살했다.

더욱이 공보준칙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논란이 됐던 '나쁜 빨대'를 의식해서인지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 및 수사관의 개별적인 언론 접촉도 금지했다.

공보담당자 이외의 검사 등이 수사중인 사건과 관련해 언론인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는 '감찰조사'를 받게 된다. 검사들로서는 차라리 입을 닫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자들과의 접촉면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검찰은 바라는 정보만을 언론에 공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모두가 침묵하는 상황에서 되레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할 우려도 높다.

게다가 검찰의 부실 및 편파 수사가 의심되더라도, 언론은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잠자코' 검찰이 브리핑을 해줄 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건 관계인 실명 공개 기준도 '차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 등 공적 인물'로 제한했다. 소환, 조사,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 일체의 수사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에 대한 촬영도 금지된다.

속보 경쟁의 문제점은 언론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지만, 이런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 역시 제한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출신의 모 변호사는 "기자들의 취재가 수사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 공보준칙은 취재를 공식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간부급 모 검사도 "대부분의 현직 검사들은 기자들에게 떳떳하지만, 이같은 준칙이 시행되면 오히려 뭔가 숨기는 인상을 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앙지검 등 큰 사건을 많이 다루는 곳에서 기자들의 취재가 활발한 것은 그만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는 "법조계와 언론계 사정에 두루 밝고 전문성을 겸비한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들의 논의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불거진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꾸려 개선방안을 마련, 22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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