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용산참사 수사기록을 공개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광범)에 재판부 기피신청 및 즉시항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안상돈)는 전날 전원 출근, 형사소송법 절차와 법리상 하자는 없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입장을 정리하는 등 법원과의 갈등에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고 있다. 법원도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법대로 처리하겠다"며 강경한 모습이다.
문제는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두 집단의 의견 차이로 그치지 않고 각각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국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수와 진보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다반사였지만, 이번 사태처럼 검찰과 법원 내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경우는 흔치않다.
우선 칼날을 세운 것은 검찰의 입장에 동조하는 보수세력이었다. 이들은 용산참사 재판 기록 공개와 강 의원 무죄판결이 나자 즉각 강하게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보수단체는 "판사가 법을 무시했다", "사법부의 오만한 태도"라며 해당 판사들을 비난했고, 보수 언론들도 법원의 최근 일관되지 않는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검찰 입장에 힘을 실었다. 특히 이들은 해당 판사들의 개인적 성향과 이력 등을 공개하며 '개인 이념에 치우친 판단'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검찰도 이같은 보수 진영의 주장에 발맞춰 강경대응 기조를 표명했다. 사법사상 유례없는 재판부 기피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물론 검찰의 수장인 김준규 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도 소집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하라"며 강한 언사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법원은 검찰의 강경한 발언에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즉각 성명을 냈다. 통상 영장 기각 등의 문제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외부에 드러날 경우에도 공식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을 낸 것이다.
대법원이 가장 문제를 삼은 것은 검찰의 강경 입장보다 보수 진영의 발언이었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 비판에 대한 입장'이라는 논평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한 일련의 비판적인 성명이나 보도가 그 한계를 넘었다"며 "재판 내용과 무관한 재판장의 개인적 성향을 공격하는 것은 법관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고 자칫 상소심 판단에도 영향을 줘 사법권의 독립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반응에 가장 신속히 동조한 것은 진보단체와 진보언론들이었다. 이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했다.
모 진보언론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에 무리한 수사를 해 갈등을 초래했다"며 '정치권 수사 요구→검찰 수사→법원 선고→보수언론 비판→검찰 반발의 구도'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보수언론이 판결 내용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비판보다 노동운동가 출신이라거나 정치권 인사와의 친분, 과거의 판결, 판사 개인의 이념적 성향 등을 부각시켜 보도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은 진보진영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법조계 인사들의 인터뷰을 통해 "최근 젊은 판사들이 판결에 이념과 주관을 개입시키고, 대법원의 판례까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판의 강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보혁 세력을 통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자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경지검의 모 검찰 간부는 "현 상황을 보혁 갈등으로 보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갈등이 빨리 봉합되지 않으면 이념 갈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법원 모두 공개적인 마찰보다 합리적 조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의 모 변호사도 "검찰과 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갈등을 해결해야한다"며 "법률가들이 법으로 해결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만 펼친다면 결국 검찰과 법원 모두 손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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