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제1민사부(부장판사 선재성)는 24일 군 부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로 숨진 정모씨(사망 당시 22세)의 어머니 윤모씨(82)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원심에서 인정한 5000만원에 추가로 1억5000만원 등 모두 2억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판결했다.
윤씨의 큰아들 정씨는 1969년 8월3일 경기도 연천의 한 보병부대 휴게실에서 수류탄 폭발사고로 숨졌다. 수색중대로 전입한 지 불과 한달 만이었다.
그러나 부대측은 사건 경위서를 통해 '정씨가 대공초소에서 근무 중 군복무에 대한 염증과 삶에 대한 비관으로 자살할 것을 결심하고, 8m 떨어진 휴게소에서 앉은 채로 수류탄을 폭발시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기록, 상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자살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이 철석같이 믿은 유족들은 2003년 8월 군 부대에 재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결과 이 사건은 조작된 것으로 결론났다.
사체검안서와 사망확인조서의 작성자 필적이 실제와 다른 점, 사고 장소가 허위로 조작된 점, 동료 부대원에 대한 조사가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은 사실, 더욱이 사고 당시 정씨가 상급자로부터 수류탄 손질을 지시받은 사실 등이 '조작의 증거'로 인정됐다.
결국 육군본부는 2006년 2월 이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씨의 죽음을 순직으로 변경했고, 같은 해 3월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자식을, 형제를 억울하게 잃고도 헌법상 부여된 병역의무를 견디지 못한 '비겁한 군인'의 가족으로 매도된 유족들은 "국가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가족들은 40년만의 명예회복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로 어머니 윤씨의 간절한 기도를 들고 있다. 윤씨는 육군본부에 재조사를 요구한 직후부터 6년간 매일 새벽 정화수를 떠 놓고 억울하게 숨진 아들의 영혼을 달래고 명예회복을 기원했다.
윤씨의 자녀들은 "시력과 청력이 희미해지고, 고관절 수술까지 받고도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린 어머니의 정성이 통한 것 같다"며 "다신 이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봄 구례 섬진강 방생법회 도중 윤씨의 간절한 기도는 한 사진작가의 앵글에 담겼고, 이 사진은 한국사진작가협회 광주시지회가 주최한 제3회 광주 사진대전에서 대상을 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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