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시민 되고파"" 탈시설 꿈꾸는 시설 장애인들"

차재호 / / 기사승인 : 2009-12-19 11: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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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정책위원장 ""40%, 직절한 지원만 있어도 자립생활 가능""" "사람들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기를 희망합니다."

지체장애 1급인 A씨(40). 어릴 적 장애를 얻은 A씨는 21살 때 가족들에 의해 3000만원을 내고 경기 김포시 모 사회복지시설(시설)에 들어온 이후 18년째 생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시설에서 생활하던 A씨는 시설에서의 통제되고 무료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꿈을 품게 됐다.

A씨는 "시설에서는 자유롭게 살 수 없다. 시설 밖으로 나가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며 "먹을 수 있는 것 먹고, 보고 싶은 것 보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충북 음성군 모 사회복지시설에서 19년째 생활하고 있는 B씨(34) 역시 A씨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B씨는 "앞으로 보통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살아보고 싶다"며 "공부도 하고 싶고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돈도 벌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설에 들어온 지 7년이 됐다는 C씨(40)는 "시설에서 주는 밥을 먹으면서 살면 편하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머리도 굴려야 되고 많이 피곤하다"면서도 "장애인들을 열등인 취급하는 우리나라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기 때문에 시설을 나오려고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일제히 시설 내에서의 무의미한 생활보다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는 장애인이기보다는 당당한 시민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당당한 시민이 되고 싶다는 갈망과 함께 시설의 열악한 대우도 이들이 '탈시설'을 바라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은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또 공금 횡령 등 시설의 부정·부패를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이 정작 장애인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시설에서 정부 지원금을 빼돌려 건물 증축 등에 사용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A씨는 "정부에서 피복비가 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나일론으로 된 옷만 입을 수 있었다"며 "간식비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부턴가는 빵이나 우유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이어 "시설에서 지원금을 챙겨서 땅만 사고 건물만 짓는다. 그래야 새로운 사람을 데리고 와서 수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B씨는 "처음에는 시설에서 지내면서 '살기 좋다'는 생각도 했지만 모 장애인단체를 통해 자립생활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며 "10년이 넘는 시설 생활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해주는 대로 입고, 먹고, 자는 생활을 과감히 거부한다. 하나의 독립체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인격 주체로서 대접받기를 갈망한다. 몸이 힘들더라도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삶을 소원한다.

시설에서 14년간 생활한 D씨(27)는 "그동안 (시설에서) 매일 똑같이 무의미하게 산 것이 너무 싫었다"며 "앞으로 공부를 해서 장애인 변호사가 돼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어릴 때 꿈이 전파상이었다"며 "반드시 자립해서 돈도 벌어보고 꿈을 이룰 것"이라며 희망에 찬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처럼 시설 장애인들의 '탈시설' 요구가 이어지자 탈시설정책위원회는 지난 16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서비스신청권 및 변경신청권'을 제기했다.

탈시설정책위는 "장애인 생활시설 보호가 아닌 공동생활가정이나 자립생활 등으로 지원방식을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서비스신청권 및 변경신청권'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시설정책위는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가 국가와 지자체에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청 또는 변경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서비스신청권이 행사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문화돼왔다"며 "장애인들에게 시설보호가 아닌 자립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곽노현 탈시설정책위원장은 "시설 생활인 중 40% 정도는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당장 자립생활을 해도 지장이 없다"며 "정부가 시설보호에만 돈을 쓰지 말고 탈시설 자립을 위해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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