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조원철)는 4일 서울옥션이 미술잡지 아트레이드 편집주간 류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작 의혹 제기가 언론의 활동범위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작품의 원소장자인)존 릭스가 1954년부터 1956년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박 화백의 그림 수 점을 받았다는 서울옥션의 주장은 사실로 판단된다"며 "안목감정과 과학감정 결과, 존 릭스가 받은 다른 그림과 함께 박 화백으로부터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빨래터에 대한 2차 감정 당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가 위촉한 20명의 감정인단 중 19명이 진품의견을 냈고, 감정 절차나 내용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없다면 이같은 결과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감정위원들이 박 화백의 화풍이나 변천에 따라 작품을 폭넓게 비교하는 등 특별히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이 작품이 5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표현기법이 박 화백의 전형적인 스타일과 다르게 느껴지며 보존상태가 너무 완벽해 오히려 의심을 살 수 있다"면서 "위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아트레이드 기사는 정당한 언론활동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옥션이 경매에 앞서 자체 감정단을 통해 감정했다고 하지만, 감정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가 없었고, 박 화백의 장남의 감정소견소를 제시하는 등 작품 출처에 대한 설득력이 없었다"며 "작품 출처도 장황하게 설명됐고, 위작 기사가 게재될 때까지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은 '위작 논란'을 빚은 빨래터의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판정하기 보다 서울옥션과 위작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간 주장의 우열을 가렸다다는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미술품의 진위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고, 진품으로 평가받은 작품도 후대에 위작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어 이를 가리는 작업이 쉬운일이 아니다"며 "과학감정은 본질적으로 진품이라는 점에 대한 적극적인 증거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옥션 측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송에서는 졌지만 빨래터가 진품이라고 판정돼 기쁘다"면서 "이번 소송의 목적이 빨래터 위작 논란 종식인 만큼 항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빨래터는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이라는 한국 미술 사상 최고가로 낙찰됐지만,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이듬해 1월호에서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서울옥션이 지난해 1월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2년여 동안 법정 다툼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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