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합의40부(부장판사 김용헌)는 일제시대 검사로 활동한 엄상섭(1908~1960년)과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그린 월전 장우성 화백(1912~2005년)의 유족들이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낸 게시금지가처분 소송에서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엄 검사에 대해 "수록대상자의 선정기준에는 독립운동을 직접 탄압한 반민족행위자 외에도 일제하에서 일정한 직위 이상에 있던 공직자의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도 있다"며 "엄상섭을 포함시켜 발간하는 행위가 특정인을 폄훼하거니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941년부터 해방 때까지 4년 동안 검사로 재직한 엄 검사는 해방 후 대검 차장까지 지냈으며, 국내 형법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일제치하에서 판, 검사나 고등관 이상의 관리로 재직한 사람은 일제에 협력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민족문제연구소의 기준에 따라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됐고, 이에 유족들은 "연구소의 자의적인 기준"이라고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장우성 확백에 대한 소송도 같은 취지로 기각됐다.
재판부는 "장 화백을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하는 주요한 목적은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해에 대한 사항"이라며 "평가 또는 학문적 의견 개진 내지는 표명에 가까운 점 등을 종합할 때 장우성에 대한 내용을 수록하는 것은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912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장 화백은 충무공 이순신과 권율, 정약용, 김유신 등 다수의 영정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소는 장 화백이 1944년 조선총독부정보과 등이 후원하는 결전미술전에 '항마'를 출품해 입상했다는 이유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했다. 출품작 항마가 '악마를 굴복시키는 날카로운 검'이라는 뜻으로 일본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연합군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들은 "장 화백이 당시 스승인 이당의 지시에 다라 할 수 없이 미술전에 출품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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