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내가 비정규직의 희생양이 될 줄이야…"" "

변종철 / / 기사승인 : 2009-07-01 15: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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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는데 내가 비정규직의 희생양이 될 줄이야…"

1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회의실에서 진행된 '기간제 비정규직 당사자' 기자회견 증인 발언에 나선 이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말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작 내가 비정규직의 희생양이 될 줄 몰랐다"라고.

2년 동안 계약을 맺고 일한 후 계약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비정규직 법안'. 지난 2007년 7월1일 첫 시행 이후 그 계약 일자가 6월30일자로 완료됐다.

그 사이 '정규직화'라는 '장밋빛 희망’은 '해고 통지'라는 '잿빛'으로 변했다. 여당과 야당, 양대 노총이 나서 '5인연석회의' 등을 열며 노력했지만 변한 건 없었다.

산재의료원 인천중앙병원 기계실에서 3년6개월 동안 일해온 김모씨(28)는 이날 증언에 나서 "몇 달 전부터 비정규직들이 해고될 거라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그게 현실이 될줄은 몰랐다"고 했다.

"정치권이랑 노조가 나서서 열심히 협상하니 유예가 되든, 정규직화가 되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믿었다가 발등을 찍힌 셈이다.

그동안 회사 측에서도 "정부에서 법안을 유예할 수도 있고 해서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며 정규직화나 계약 연장에 대한 답변을 회피해왔다.

김씨는 회사를 믿었고, 그 이전에 비정규직들을 구해줄거라 외치는 정부와 국회를 믿었는데 돌아온 건 차가운 해고통지서 한장 뿐이었다. 김씨는 전날 퇴근하기 30분 전에 회사 측으로부터 해고통지서를 건네받았다.

횟수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KBS 시청자상담원으로 일해온 홍미라씨(35·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6월 초부터 해고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설마설마 했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가 이렇게 매몰차게 비정규직을 거리로 내몰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제 이들의 선택은 하나.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뿐이다.

김씨는 "오늘 전까지라면 유예든 뭐든 될 수 있었겠지만 이제 해고된 마당에 남은 건 정규직 전환 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다른 회사를 알아볼 생각도 않고 있다"며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다른 회사로 가도 2년이 지나면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게 뻔한데 이참에 투쟁해서 정규직화를 일궈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씨도 자회사로 업무를 이관하는 방식의 회사 측 제안을 거절했다. "회사에선 아웃소싱을 줘 그곳의 회사로 업무이관을 하는 건 용역이 아니다"고 하지만 "사실상 비정규직 근로자를 파견용역 근로자의 형태로 바꾸려는 회사의 술수"라는 것이다.

그는 "그나마 2000년대 초부터 연봉계약제를 실시해왔는데 자회사로의 업무이관 제안을 받아들이면 뒤로 더 물러서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정규직화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씨는 함께 해고된 이들 중 가정이 있는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 서로 내색은 안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암울함이 저절로 얼굴에 배어 나온다고 했다.

김씨 역시 "결혼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은 것도 많은데 당장 길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며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이번에 해고된 전체 산재의료원 노동자 중 기술 기능직이 60~70%에 해당한다"며 "회사에서 아예 기술 기능직을 외주로 돌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회사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정부와 국회가 누가 더 우위에 있나, 힘 겨루기만 하고 진정으로 서민과 비정규직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2년 계약이 완료된 비정규직들의 해고 사례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서민과 약자를 위한다며 실질적으로 국민과 서민을 위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원망은 더욱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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