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팔당호 인근 마을 주민들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수 십 년 동안 일궈온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30일 오전 찾아간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는 팔당호를 사이에 두고 취수장과 마주보는 하천부지를 70여명의 주민들이 경작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들은 1972년 팔당댐 건설로 토지를 모두 수용당한 뒤 2002년까지 국유지인 하천부지 점용허가를 얻어 하우스를 짓고 가지, 오이, 쌈채소 등 각종 야채를 재배해왔다.
그러나 2003년부터 점용허가가 불허됐고, 주민들은 무단경작자가 됐지만 상수원보호구역, 그린벨트, 특별대책구역 등으로 묶여 있는데다 경작할 수 있는 땅이라곤 하천부지뿐이어서 광주시도 주민들의 무단경작을 눈감아왔다.
최근 4대강 정비사업이 발표된 뒤 주민들이 경작하던 하천부지는 물길을 트는 작업과 수생식물 식재, 제방 건설이 계획됐다.
무단경작자 신분인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우스 등 지장물에 대한 보상뿐이다.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설계를 끝내고 내년 2~3월께 착공할 계획이어서 주민들은 올해 수확을 끝으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귀여1리 하영복 이장은 "이곳은 각종 규제 때문에 식당도 지을 수 없는데다 축산업도 할 수 없고, 경작할 대체농지도 없는 곳"이라며 "대를 이어 수 십 년 동안 일군 땅에서 아무 대책 없이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주민은 "강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시골에서 욕심 없이 잘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죽여가면서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며 "우린 강과 산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립된 처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장 하천부지 경작을 중단하면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없는 곳이 광주시에만 귀여리와 수청리, 검천리 등 405세대 898명에 이른다.
이들이 경작해온 하천부지는 4대강 정비사업 편입대상 하천부지 112만여㎡ 중 60만6800여㎡에 달한다.
주민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천부지에 경관작물을 심어 관광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6월 30일 완료할 예정이었던 사업대상지 토지조사도 미뤄졌다.
비슷한 처지로 불법점용 하천부지 16만9000㎡가 있는 여주군 등 팔당유역 시·군들도 팔당호 주변을 '친환경 유기농업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광주시 관계자는 "하천부지에 수생식물을 심는 대신 경관작물을 심으면 수질정화 기능도 할 수 있고, 주민들의 생계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최적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아직까지 정부에서 뚜렷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은데 특정지역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치 않다"며 "친환경농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제는 해당 지자체와 국토관리청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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