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상대방 자동차를 쫓아가 추돌, 부상을 입혔더라도 '위험한 물건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 상해, 집단·흉기등 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형법상 상해죄와 재물손괴죄만 적용,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이혼분쟁 중이던 2004년 6월 아들을 강제로 태우고 달아나는 장인 B씨 등 처가 식구가 탄 차량을 쫓아가 자신의 차로 추돌, B씨 등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1심은 검찰이 기소한 대로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로 B씨 등에게 폭력을 행사, 부상을 입힌 점을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며 상해죄만 적용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차량 파손·피해자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 A씨의 차량이 B씨의 차량 보다 소형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도 "자동차로 부상을 입혔더라도 피해자 등이 위험을 느꼈으리라고는 보이지 않아 자동차를 관련법상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위험한 물건인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 사회통념에 비춰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판단 기준은 자동차를 사용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 1항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 상해, 협박, 체포, 감금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칼이나 쇠파이프, 각목, 깨진 술병 등 당연히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는 물건도 현장 상황과 피해 정도 등에 따라 판단 여부가 엇갈렸다.
앞서 대법원은 쇠파이프(길이 2m, 직경 5㎝)로 머리를 구타당하자 이에 대항해 각목(길이 1m, 직경 5㎝)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때린 경우 각목은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피해자가 자신을 찌르기 위해 휘두른 식칼을 빼앗은 뒤 피해자를 훈계하던 중 칼자루로 피해자의 머리를 친 경우에도 이 식칼은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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